'영화'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8/08/14 뱃맨 : 닭나잍 (4)
  2. 2008/07/23 놈^3 을 보고 왔습니다. (7)
  3. 2008/04/22 Kingdom of heaven을 DVD로 다시 봤습니다.
  4. 2007/05/08 거미놈팽이 세번째. (4)
  5. 2006/07/31 영광의 깃발(Glory, 1989) (4)
  6. 2006/07/24 발지대전투(Battle of the Bulge, 1965). (13)
2008/08/14 16:31

뱃맨 : 닭나잍

 이렇게 적는 걸 원하는 모화론자 선생들이 많으니 그 례에 따라 한번 적어 보았습니다. 배트맨 영화는 고릿적의 팀버튼 영화와(벌써 시대가 이정도인가 싶은데), TV 애니메이션을 부정기적으로 본 정도가 전부라서, DC코믹스에서의 배트맨이 어떻게 되고 어떤 흐름을 타고 왔고 어디가 주안점인지는 뭐 논할 재간이 없는 건 당연지사겠죠. 심지어 이 전작인 비긴즈도 안봤으니, 그냥 다크 나이트라는 영화 정도만 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뭐랄까,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졌습니다. 시나리오도 적당히 정신없으면서도 일단 흐름은 딱 이어지고 있고, 그래픽이나 특수효과, 볼거리도 꽤 잘 되어 있습니다.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다이브 장면도 이젠 거의 고전이 되다시피 했는지, 여기서 다시 보는 것도 새롭고요. 연기에 대해서도, 크리스쳔 베일의 이중 연기(배트맨의 쉰 목소리+무뚝뚝함과 재벌2세의 이미지)부터 시작해서, 꽤 빵빵한 조역급들이 상당한 것 같고, 조커는 그야말로 보는 사람마처 치떨릴만큼이라고 할만했습니다. 그만큼 악역의 극치를 보여주는 연기랄까요. 뭐랄까,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커츠 대령만큼 심연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조금 눈에 거슬리는 거라면, 역시 레이첼 역이 조금 구색에서 비는 면이 있는 것 하고, 시나리오 적으로 조커가 거의 전지전능 수준으로 묘사되는 점(뭐 그게 조커긴 하지만), 고담이라고 하지만 시카고가 나온게 조금 아쉽달까요. 시카고도 조직범죄로 유명한 동네니 그렇겠지만, 역시 고담하면 대구 뉴욕인데 말이죠. 고딕한 분위기에, 건물은 적당히 올드패션이어서 고층주제에 창문이 작달막하고, 지면은 언제나 비에 젖어있고, 밤에는 자동차만 다니고 인적을 보기가 어려운 그런 느낌 말이죠.

 마지막에 다루는 독재나 위악에 대한 묘사 부분은 글쎄, 딱 대중들이 음미하기 좋은 정도의 범위에서만 다루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 볼 정도까지만 제시하고 그 뒤는 제시하지 않았달까요. 뭐랄까, 여기를 좀 깊게 들어가려다가 부담이 커질것 같아서 그냥 좋게 끝을 낸게 아닌가라는 느낌도 있는데, 아무래도 대중영화에서 이런걸 너무 들어가면 안팔리고 욕먹기 좋으니 적당한 정도에서 정리한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사실, 영화의 결론은 좀 미적하지만 "그래도 결국 위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당한 수준이라면." 이라는 결론에 가깝달까 그런 감입니다.

 영화의 저런 짧은 코드랄까 그런데서 은근히 다른 영화의 것을 가져온게 아닌가 싶은 이미지들이 좀 있긴 했습니다. 기폭장치 장면에서 죄수의 왕초로 나오는 사람의 이미지는 존 커피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크고 우락부락한데 선량한), 홍콩은 거의 공각기동대 삘이었고...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조커가 쓰는 작전같은 건 다이하드3가 생각나더군요. 조커가 미디어를 많이 쓰는 점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성동격서나 갑작스런 폭발물이나 이런 건 여러모로 다이하드3가 좀 떠오른달까요.

 영화는 100만을 넘길까는 조금 회의적인데, 일부에게는 꽤 호평받을만한 영화기는 하지만, 아주 대중적인 맛으로 간다면 좀 어렵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일단 위악자라는 결말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커와의 대결 결과가 좀 끝맛이 많이 나빠서 말이죠. 시나리오에서, 광대와 환자를 뒤집어놓거나 하는 것은 이걸 좀 완화하고, 결말을 좀 합리화하기 위한 장치같기는 한데, 역시 헐리웃산 히어로 영화 치고는 좀 탁한 맛이 강한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0 Comment 4
2008/07/23 23:57

놈^3 을 보고 왔습니다.

 뭐, 볼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좀 엉뚱한 계기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볼 정도의 영화면, 더럽게 쪽박이거나, 아니면 더럽게 대박이거나 하는 그런 면이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상 자체도 볼만하고, 스토리 자체도 초기에 나돌던 것에 비하면 몇몇 흠결을 제외하고 상당히 잘 짜맞춰져 있어서, 보는데 별다른 걸림돌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화면빨이 좋습니다. 탁 트인 공간이나, 칙칙한 세트, 잘 다듬어진 인물 묘사 같은 건 정말 흠잡을데가 없지 싶더군요.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클리셰나 유머를 아주 잘 써먹고 있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 웃고 즐기기 좋은 영화입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웃고 즐기기 이상의 것을 바라는 면이 있긴 하지만, 장르 영화, 그것도 이젠 긁어볼 건 다 긁어본 21세기에서 억지로 버라이어티 쇼 무비 만드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스토리 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적당히 긁어줬다면 보는 입장에서는 꽤나 재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독립군 이야기도 초장에 좀 썰렁하게 나오고, 나중에는 왜 나왔는지 모르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뒤쪽에 아예 언급이 안나오거나, 아니면 어느정도 위상을 부여하거나 했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 뭐 그냥 입만 산 찌질이 집단이 되어버리니 말이죠.

 클리셰 쪽으로 가면 뭐랄까, 정말 잘 만든 혼성물이라는 평이 굳어집니다. 일단 복색이 웨스턴, 그리고 열차강도라는 것 부터가 클리셰지만(만주에 저런 옷 입은 놈이 있을리가).... 그 외에도 왠 북두의권의 친피라 같은 애들이 정말로 친피라로 나오는 거나(걔들 복색이 인디언과 좀 이어져 있긴 하지만서도), 경상도 사투리 쓰는 "동생"이라던가, 수상한 가짜 중국인 이미지(이건 그러고보니 동아X통X무대에 나오는 빠바이 대인이군요)라던가 하는 것들은 정말 적재적소에 잘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웨스턴 영화의 전매특허같은 장면도 많이 나오죠. 이쪽은 오히려 한번씩 틀고, 매드맥스나 근래의 총격전 영화와 섞고 해서 꽤나 맛깔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달까요.

 저야 정작 웨스턴은 보긴 봤어도 워낙 어릴때라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라 이게 웨스턴이냐 아니냐는 사실 논하기 조심스럽지만, 꼭 웨스턴 감각으로 보지 않더라도, 그 이미지를 차용한 활극 정도로 이해하면 볼만할 듯 합니다. 예전의 만주물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하는데, 이쪽은 웨스턴 이상으로 피상적인 영역이라서 뭐라 비교하긴 어렵군요. 오히려 이쪽의 코드는 독립군과 일본군, 마적을 빼면 의외로 희석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이건 그냥 느낌이고요.

 그리고 좀 덕성이 있는 평을 덧붙이자면....

 

뻘소리 시작.


 그리고 좀 스포일러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영화의 제목을 좀 바꾼다면 "본좌 대 찌질이 대 찌질본좌" 쯤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하여간 나쁜 놈은 캐안습이랄까.

PostScript: 그나저나 주제곡 리믹스 빠삐놈이 죽이는군요.(먼산) 아놔 내 정줄....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0 Comment 7
2008/04/22 21:29

Kingdom of heaven을 DVD로 다시 봤습니다.

 정작 화려한 서플먼트가 붙어있지만, 제대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디렉터즈 컷으로 대폭 내용이 증강된 버전으로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사실, 이걸 극장에서 볼땐 단체로 갔다가 말 그대로 어어어 하다가 대세타고 본거고, 그땐 좀 리얼하고 고전미가 있는 영화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디렉터즈 컷으로 다시 보게 되니 좀 보이는게 다양해 지더군요.

 감독이 영화 첫머리에 이게 완전한 이야기니 보고 평가해 달라는 걸 보니, 극장 개봉판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사실, 극장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용이 뭐랄까, 개연성은 있지만 좀 뜬금없다는 느낌이 많았습니다. 초장에 주인공에게 찝쩍대는 신부부터 시작해서, 예루살렘의 정치라던가, 갑자기 졸라짱센 공성전문가가 된 주인공이라던가. 디렉터즈 컷에서는 공성전 문제를 좀 제껴두면, 전반적으로 군살이 붙으면서 스토리가 좀 더 그럴싸해 졌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좀 스포일러가 있으니 접습니다.


 또, 영상 자체로서 볼만한 면도 많다고 할 수 있는게, 상당히 화려한 중세 의상이나, 머릿수로 승부를 보는 전투 장면 같은 건 정말로 영상 자체로서 즐길 여지가 많습니다. 예루살렘 공방 장면은 확실히 그렇죠. 내용 면에서도 개봉 시점이 이라크 전쟁 시점이다 보니, 상당히 정치적 함의가 많고, 그래서 보면서도 생각할 여지가 있기에 충실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뭐, 정치도 패션이라고 까일 여지기도 합니다만....

 다만, 주인공의 행동이 당대의 사고방식을 좀 뛰어넘은 것 같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달까요. 극장판에서는 이게 상당히 심했는데, 디렉터즈 컷에 와서는 앞쪽의 중세부분 내용과 성지 순례의 전후 부분의 내용이 조금 보강되어서 약간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후반의 모습은 좀 튀는 면이 있습니다. 실제 역사의 모델은, 좀 찌질포스가 느껴지는데, 이걸 미화하려다 보니(극화니까), 또 정치적 함의를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게 아닌가 싶네요.

 엔딩의 살라흐 앗 딘, 그러니까 살라딘은 뭐랄까... 역사에서도 멋진 아저씨로 나오지만, 여기서도 멋지게 나옵니다. 극장판에서는 뭐랄까 좀 대인배스러운 멋진 안티 히어로랄까,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데, 디렉터즈 컷에서는 더 좋은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마지막의 협상 장면의 대사도 두번째 보면 참 맛깔나는 묘사고, 또 그 뒤의 장면들(십자가를 다시 되세우고, 바닥에 그려진 십자가를 피해 걸어가, 기도를 올리는)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강화한달까, 그런 감이 있군요.

 사실, 전 매우 뒷북으로 다시 본 셈인데, 좀 값이 세단 느낌은 들지만 그런대로 볼만했습니다. 중세전쟁을 다룬 영화들은 취향을 타긴 하지만, 대개 상당히 볼만하고, 이 영화도 그런 편이랄까요. 그 점에서 다마네기 여덟.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0 Comment 0
2007/05/08 11:24

거미놈팽이 세번째.


 마지막으로 극장에 갔던게 실미도였던가 그런거 같은데(....), 누님께서 티켓을 주셔서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거미놈팽이 시리즈는 그리 흥미를 두진 않던 시리즈고, 앞 시리즈에 대해서도 당연히 안봤습니다마는 얼떨결에 보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가기 전에 몇가지 짧막한 평을 좀 보기는 했지마는, 확실히 그 평대로인 부분이 있더군요.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블록버스터라는 건 그대로더군요. 피 한방울 안튀고, 교훈적인 내용이며, 시각이나 음향효과는 충실합니다. 비주얼은 정말 흠잡기 어려울만큼 미려한 편이고, 적당히 과장을 섞어서 그럴싸한 구라를 풀어내는 편이더군요. 시리즈로 보던 분들은 비주얼에 참신한 맛이 없다고 하긴 하는데,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뭐 부담없을 정도로 볼만하달까요. 영화를 본 상영관이 좀 크고 알흠다운 곳이다 보니 이런 효과가 좀 더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좀 스토리가 산만하다는 평이 있는데... 그런대로 공감이 가는 평입니다. 뭐랄까, 악역만 셋 이상이 나오다 보니, 스토리가 좀 산만하단 느낌이 들긴 합니다. 셋 중 하나 정도가 빠졌다면 적당히 짜임새가 있는 스토리가 됨 직 한데, 그렇게 되지 못하다 보니 스토리가 중간중간 비약되거나 취약하게 연결되는 곳들이 많이 생기더군요. 확실히, 이 부분은 평이 나쁘게 나올만 하달까요. 물론, 못견딜 정도로 막나가는 수준은 아니지만요.

 여담이지만, 언론 쪽에서 까는 이야기로 나온게 성조기 시퀀스인데, 보면 상당히 뜬금없이 나옵니다. "이게 뭐야?" 할 정도랄까요. 그런데, 이런거 가지고 까는 센스는 정말 "이게 다 XXX 때문이다" 수준의 센스랑 맞먹어 보입니다. 딱 보면 말 그대로 장난기 있는 시퀀스라는 티가 나긴 하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불편하게 비칠만한 것인지는 참.... 자기들의 조건반사를 비판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안그래도 요즘 기자들은 괴상할 정도로 민족주의적 성향에 집착하는데, 덕분에 근래 언론의 찌질도는 정말 엄청나졌다는 걸 느낍니다. 하여간 사회적인 수치라 할만 하달까요.

 하여간, 총평을 내리자면 딱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가면 그정도의 가치는 합니다. 너무 심오한 거 기대하고 가면 그게 날강도죠. 적당히 생각하고,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인 만큼, 각잡고 볼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점에서, 별 셋반에서 넷 정도 주면 적절하달까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0 Comment 4
2006/07/31 10:15

영광의 깃발(Glory, 1989)

남북전쟁 영화는 사실 미국에서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테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TV용으로나 쓰이는, 그리 메이저한 영화라긴 어려운 영화들입니다. 원래 밀리터리와 전쟁사 취미의 4대 장르(나폴레옹 전쟁, 남북전쟁, 1차대전, 2차대전)에 속할 만큼, 저변이 넓은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미군의 영향을 받은 국군 내부에서의 전사 연구를 빼면 거의 취미가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푸른 기와집에 계신 아저씨의 링컨 연구 쪽이(이거, 정치색이 좀 있는 걸 빼면 볼만합니다.) 더 저변이 넓은 판이죠-_-.

미국쪽의 남북전쟁 영화가 어느정도인지는 저도 사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흥행성을 가진 대작이랄까... 그런 걸로는 이 영화가 최초가 아닌가 싶더군요. "게티스버그(Gettysburg, 1993)"에서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물량과 영상의 전초전쯤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남북전쟁이라고 하면, 포병 사격, 군청색과 회색의 횡대 대치, 그리고 일제사격과 착검돌격으로 정리될 수 있죠. 오늘날의 산병접전의 관점에서는 이해되기 어려운 전투방식이지만, 일종의 집단결투 같은 이미지 덕에 현대전과 냉병기 전투(중세나 고대 전투의)와는 다른 미묘한 느낌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좀 오래된 작품인지라, 연출 면에서는 좀 썰렁한게 많기는 합니다. 포격 묘사도 근래 영화들의 드라이한 묘사에 비하면 좀 많이 과장한 느낌이고(이건 게티스버그도 그렇긴 하지만), 보병 접전의 묘사에서도 80년대 이전의 영화들 처럼 마구 쏘는데 치중하는 느낌이 있달까요. 그래도, 전투라고 하면 일단 화공과 매복이 나와야만 이야기가 되는, 캐허접 모 국 드라마들에 비하면 상당히 전투양상을 세밀하게 분석, 묘사한 티가 납니다. 포트 와그너의 묘사도 그당시의 그림이나 사진에 나오는 것(모래나 흙을 쌓아올린 보방식 요새랄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전투 양상의 묘사도, 얼기설기 한 듯 싶지만 상당히 잘 짜맞추고 있고요(패주-기병추격-저항선 구축의 모습이나, 횡대 대치-일제사격-자유사격-착검돌격의 모습 같은).

영화 시나리오적으로는, 꽤 오소독스 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노예제 멉니까 이게, 남군 나빠요~!" 수준의 내러티브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인종적인 편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나오는 남군은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는 말 그대로의 엑스트라 내지는 배경일 뿐이고, 거의 모든 갈등의 영역은 북군 내부에서만 나타납니다. 주제 자체가 최초의 흑인 부대인 메사추세츠 54연대인 만큼, 인종적 편견에 대한 갈등과 대립이 그 주된 이야기거리가 되는 것이죠.

영화는 일단 PC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이 이상적으로 보는 국가나 공동체관이 투영된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도 공동체 구성원이므로,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면 공동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출발이라 할 수 있죠. 특히, 뷰포트 진군, 노예병의 약탈, 사역 중의 다툼 등에서 이러한 주제가 직설적으로 묘사되고 있죠. 사실, 이런 직설적인 감각 덕에 영화가 좀 오바스럽다는 느낌이 있긴 하고, 이게 이 영화를 지금 보는데 가장 거추장스러운 부분이 됩니다. 그래도 전투장면이나 훈련 장면같은게 꽤 볼만하고, 이야기 자체가 쉣스럽지는 않아서 못볼 정도는 아니지만요.

남북전쟁 영화 중 유명한 건 테드 터너가 만든 TV용 영화들이 많습니다. "게티스버그"도 그렇고, "헌리 호의 최후(The Hunrey, 1999)"도 그렇고요. 테드 터너 이 양반의 취향이 남부 지향적이어서, 노예제도 자체 보다는 주로 저항권이나 자치권 같은데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편이죠. 그런 점에서 두 영화의 배경에 깔린 생각을 읽고 비교해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어 집니다. 남군과 북군의 사고방식 만큼이나 벌어져 있으니 말이죠.^^

PostScript1: 역사에서 메사추세츠 54연대는 꽤 의미심장한 부대인 셈인데, 완편 흑인 부대로는 최초의 부대고, 최초의 유색인 부사관(NCO)가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마지막에도 나오지만, 포트 와그너 공략에 투입되어서 전멸(40%의 병사가 사망 내지 행불)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고 하죠. 이게 기화가 되어 흑인 부대가 대거 편성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2차대전을 거치면서 인종별로 편제를 분리하는게 문제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게 그리 이상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죠(사실, 54연대는 흑인이 주류지만 백인도 편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도, 당시에는 주 단위로 징병, 편제하는 게 원칙이기도 했고 말이죠.

PostScript2: 이 영화 트레일러에서는 배경음악으로 "O Fortuna"가 깔리더군요.-_- 역시 쌍팔년도 영화에 쌍팔년도 감각이랄까요. 저 곡, 사실 되게 멋진 곡인데 영화에 쓰면 이젠 완전히 진부 그 자체죠-_-. 역시 15년 정도 벌어지면 그 센스의 차이가 어마어마해진달까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2 Comment 4
2006/07/24 13:01

발지대전투(Battle of the Bulge, 1965).

엇그제 온라인에서 떨이 시작한 걸 줏어와서 봤습니다. 아무래도 지독한 고전영화다 보니 출시 자체야 되지만 그리 빛을 본다고 하기는 미안하겠지요. 사실, TV 쪽에서 종종 방영하는 영화다 보니 따로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TV 안본지가 너무 오래되기도 하고 이상하게 이 영화하고는 인연이 안닿더군요.

영화의 스토리야 뭐 선수끼리 물어보면 매우 피곤한 것들이니 패스하도록 하지요. 영화의 배경이 된 라인 경비 작전, 또는 아르덴느 공세, 내지는 발지(돌출부) 전투야 워낙에 좋은 글들이 많기에 허접한 놈이 써봤자 별 도움은 안될테니까요. 말 그대로 독일군의 마지막 단말마라면 단말마인 셈이죠. 러시아제 스팀롤러가 밀려오는 와중에 서부 전선 쪽에서 상대의 압력을 덜기 위한 작전이지만, 역시 이미 군사적 역량에서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돈좌되고 만 공세였죠.

영화는 이걸 배경으로, 케슬러 대령이라는 가상 인물을 독일 측에, 그리고 여러 미군 지휘관과 병사들을 놓고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은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작위적이고 범위를 좁힌 경향이 다분합니다. 실제 전장에서 사람들이 저정도로 밀도있게 모이거나 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여기서는 마지막 연료 집하장 장면에서 거의 모든 주역이 집결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스토리가 종결되어 버리죠. 엔딩 역시도 고전 대작 영화들의 전형을 따라가죠. 남은 1인의 에필로그 스타일이랄까요. 이건 "지상 최대의 작전(The Longest Day, 1958)"에서도 비슷하죠. 흑백영화적인 종결 화법인 셈이죠.

뭐랄까... 당시 영화가 가지는 연극에 가까운 연출이나 스토리 전개법의 전형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연극과 다른 점이라면 야외가 많고 스케일이 매우 크달까요. 내용의 전개 방식도 어찌 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삼국지 등의 군담물 스타일의 성향도 매우 많이 보입니다. 요즘의 전략전술을 보는 관점과, 그 당시의 관점 차이라고 볼 수 있겠죠. 요즘은 지극히 미시적인 관점에서,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을 보는 편이고, 또 병기나 배치 같은 기계적인 영역에서 전투를 그렸다면, 이 시점에서는 좀 두루뭉실한 관점에서, 리더로서의 개인을 중심적으로 보고, 기발한 전법이나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의 관점에서는 좀 어벙해 보이고, 무언가 샤프한 맛이 없는 원시인의 몽둥이를 보는 기분이 들죠.

영화의 연출도 근래의 전쟁물과는 다르게, 매우 좁고 밀집되게 실물을 배치하는 경향이 다분합니다. 아무래도 실제적인 모양 보다는 스토리 연출 상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데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달까요. 근래의 영화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TV 시리즈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영화에 비교하자면 좀 많이 "친절한" 연출인 셈이죠. 그래서 연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이 영화는 흔히 고증이 이상한 영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좀 더 나중 영화인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 1977)"나 "도라 도라 도라(Dora, Dora, Dora, 1971)"에 비해서도 특히 그렇습니다. "머나먼 다리"의 경우는, 전쟁 당시의 영국제 25파운드 야포나, 셔먼 전차를 동원하고, 실제의 작전지에서 로케를 하면서 영화 촬영을 진행했었죠(물론 독일제 전차는 널판지를 붙인 레오파르트1을 쓰는 썰렁함은 있었지만). "도라 도라 도라"의 경우는 미니어쳐지만 양 국 함선을 그대로 재현하고, 연습용 항공기를 일부러 개조해서 당시 일본제 전투기나 폭격기로 보이게 하는 수고를 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지 대전투"에서는 미국제 전차들을 가져다 놓고, 다만 철십자 마크와 별 마크를 칠하는 정도의 수고가 전부였죠.

이게 단순히 제작 여건상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좀 곤란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DVD판의 제작자 인터뷰(홍보용이지만)를 보면, 스스로 이런 물자들을 유럽을 뒤져 구해왔다는 식으로 언급을 하죠. 그러나 기갑장비들은 모조리 미군 제식 장비들로 도배하다시피 해 놓은 만큼 이건 말 그대로의 허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촬영 로케 면에서도 거의 미국 국내만 돌아다닌 티가 나죠. 보이는 풍경의 태반은 중부 유럽의 삼림이라기 보다는 미국 서부의 황야지역이니까요-_-.

다만, 이런걸 집어서 까는 건 아무래도 현재적 시각에 지나치게 매몰된 시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시절의 고증 정밀도 개념과 오늘날의 것은 많이 다르니까요. 전차 같은 경우도 모양새 보다 실제 주행가능하고 연출이 가능한 그런게 필요하다 보니 군 협조 등을 통해 충당했던 것으로 보는게 맞겠죠. 오히려 당시의 고증이 초점을 맞춘 부분은 개인장구나 복식, 행동거지, 화기류가 아닌가 싶더군요. 중간에 지나가는 화면으로 나오지만, Stg44 같은 총은 일부러 구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물건이니까요. 이런 부분에서는 일부러 전직 독일군 장교까지 모셔다 놓고 점검을 했던 모양이더군요. 한마디로, 이 때의 제작자가 생각하던 관점과 오늘날의 관점이 많이 다르다면 다르달까요.

촬영에 대해서도 첨부된 다큐멘터리 필름은 꽤 재밌는게 많은데, 이 영화 촬영 스케쥴이 9개월 남짓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2월에 시작해서 12월 16일 런칭이었다고 하더군요. 원래 영화들은 앞뒤 작업이 많지 촬영 일정은 그리 길지 않다고는 합니다만, 영화의 스케일 치고는 꽤 허술한 스케줄링인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엉성한 장면이 많은 걸지도 모르고 말이죠-_-. 역시 오래된 영화들의 감성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랄까요.

뭐. 이 영화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Overture"와 "Intermission", 그리고 "Exit Music"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처럼 잘 짜맞추어진, 상영시간 관리에 철저한 영화들로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극 전통이 남은 흔적이니 말이죠. 지금에도 생명을 가지는 고전도 많기는 합니다만, 고전은 고전으로 봐 주는 관객으로서의 아량이나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런지.

여담이지만... 이 영화가 미친 매니아 문화적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긴 합니다. 특히 일본쪽 바닥에 대해서는 정말 상당한 듯. 군가, 군복, 전차 등등이 모두 나오는데다, 그 이미지들의 원형이 많이 보인달까요. 파이퍼 빠돌이(...)의 원천도 이 영화의 잔영이 아닐까 싶을 정도고 말이죠 - 물론, 케슬러 대령은 국방군으로 묘사되고 있고, 말메디 장면에서는 SS의 소행으로 따로 묘사하는 눈치지만 말이죠.

PostScript1: 딴지걸면 아픕니다.(...)

PostScript2: 중간에 나오는 열차 장면은 어째 미국제 영상인 듯 한데, 좀 이것저것 섞인 듯 하더군요. 기관차나 화차 쪽은 미국제라기 보다는 독일제나 영국제 같긴 한데(2-8-0 내지는 2-8-2 텐더 타입의 화물용인듯), 1960년대 미국 쪽 철도는 영 공부가 부족한 영역이라-_-. 눈에 띄는건 모조리 다 2축차라는 거 정도...

또, 중간에 산악구간 묘사는 전혀 다른 선구의 것인듯 하더군요. 의외로 선로에 심플 카테너리 식(주로 저속 구간에 쓰이는 급전 가선 설치 방식-_-) 이지만 전차선 까지 깔려 있던데, 미국에 이런 선구가 있던가 애매하더군요. 미 서북부 쪽에는 오래된 DC 3000V 구간이 있기는 하다지만, 바로 그 구간인 것 같지는 않고 말이죠.

이런거야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화물 열차에 차장차 하나 없이, 유개차 1량에 중포 1문씩이 실린 평판차 2량 싣고 달리는 건 좀 많이 희귀한 게 아닌가 싶더군요. 보통은 1개 편성에 달렸다 하면 십여량 정도는 연결하는게 보통일텐데 말이죠.-_-

뭐 이런데서 깊게 생각하는게 패배겠죠.(...)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0 Comment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