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7/02/12 일을 분석한다는 것. (5)
- 2006/06/30 식객, 장인에 대한 이야기.
웰메이드 만화로 꽤 호평받는 식객이지마는, 뭐랄까, 개인적으로는 만화 자체 보다는 그 뒤에서 이루어지는 허 화백님의 취재활동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것 보다도 식재에 관련되어 여러 자료들을 수집하고 또 거기에 엮인 작업이나 일들을 분석해 둔 걸 보면, 이런 일을 다루는 걸 좀 겉치레마나 다루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찬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오늘 마침 무슨 까닭이 있어서 취재일기 쪽 도축이나 발골 작업 취재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대충 보고 넘어간(로딩도 구리고 해서) 자료였는데... 지금 보니 정말 훌륭한 분석자료더군요. 해설을 붙여둔 부분도 상당히 정확히 잡으신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해 온 일을 좀 다시 보게 하더군요. 그러니까 "아놔 난 뭐했냐..."라는 느낌이랄까요.
뭐랄까... 이쪽도 진짜 재능과 스킬이 필요한 바닥인데, 어쩌다보니 수십년 전 부터 교조적으로 나온 자료들이 돌고 돌아서, 이상한 학돌이들과 숏타이머들만 남은 바닥에 잡무도 많다 보니(공공쪽 생산성 문제의 핵심은 이 얼토당토 않은 잡무와 떼떼권총을 든(감투라고도 부르죠) 코미싸르로 압축되지요), 정작 이상한 결과물만 나오고 있지요. 물론, 카메라를 들고 현장 돌아다닌다고 하면 싫어할 사람도 많은데다, 우린 아무런 명예도 지위도 없는 하발이들, 거기다가 그걸 해서 뭔가 아웃풋도 명확히 없으니.... 말 그대로 지옥도 370번지의 주민과 동격이라 할만하지요. 공뭔들...과 비슷한 이미지로 비추어지는 구석이 심하달까요.
뭐, 현장분들도 잘못 매체 타면 지옥을 맛보기 좋으니 이런데서는 자기현시를 하고 싶어하지 않기도 하죠. 특히나 이런 외부랑 엮여서 편한 일 보다는, 쓰잘데기 없는 일에 엮이기 좋은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도 이 바닥은 결국 영업직 같아서, 정보, 그것도 사람이나 컨택트 포인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피곤하죠. 다행히, 이해가 매우 강하게 엮이지 않으니 그건 좀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죠.-_- 종종 특권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그런걸 요구하면 그 효용에 앞어서 말의 십중포화를 맞으니 그것도 문제지요.
어찌되었건... 허 화백님의 취재기록이 나중에 책이나 에세이로 나온다면 좋을 듯 한데, 그건 참 쉽지 않을 듯. 결국, 시장성의 문제와 거기 나오는 분들의 동의 문제가 걸리니 말이죠...
사실, "식객"이라는 만화는 2년 전 정도인가 동아일보에서 온라인 연재를 할 때 잠깐 보다 접었던 만화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때 접었던 건 역시 허영만 화백의 "라이벌" 구도에서는 아무래도 좀 과한 오버랄까. 그런게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 연재 시작할 때에도 "맛의 달인(오이심보)"를 상당히 의식했던 멘트를 했었음에도 점점 그 구도를 답습하는, 즉 무언가 극복의 정이 없었달까요. 그런 이유로 좀 시들해졌었죠.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동아일보 연재가 끊겼던가 그럴겁니다.
이런 음식 만화...라는 것 자체의 출발에 있어서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는 상당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는 아주 지엽적인 소재 수준이었던 것이, 본격적인 주제가 된 아마도(70년대 일본 만화 중에도 있기는 하겠지만 견문이 짧다 보니) 여기서 부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1983년에 연재가 개시되고, 지금까지 95권까지 나온 바 있는 롱런 만화 중 하나죠. 그 구도 면에서는 거의 하나의 공식에 가까운 수준인데, 이른바 미식 지향, 사실은 그게 아니라 라는 식의 계도적 논조, 맛 대결과 같은 전형적이고 직설적인 대립 구조, "철저한 악역" 의 설정 등이죠. 중간에 주요인물인 카이바라 유우잔(우리나라에서는 우미하라 유우잔)이 악역에서 성질 더러운 멘터 비슷하게 입장이 바뀌긴 하지만 다른 악역을 대신 끼워넣어 밸런스를 맞추었달까요.
이후의 성공적인 일본 요리 만화랄까, 인기를 끄는 만화들은 이런 코드들을 많이 살려두는 편입니다. 비틀기는 하지만 말이죠. "쇼타의 초밥"이나 "중화일번"같은 경우도 그런 구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이용한달까, 그런 편이고, 아마도 이 코드에서 완전히 이탈한 만화라면 "쿠킹 파파" 정도를 빼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라고 해도 그리 오버는 아닐 정도죠.
식객 역시도 처음에는 이런 대결 구도와 미식 지향적인 면을 피하겠다.... 라는 목표를 두었지만 동아일보 연재 시기에는 좀 실패한 편이라고 봐도 되겠죠. 특히나 신문사 여기자에 숙수라는 라이벌 까지 나오게 되면서 이것이 과연? 이라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었죠. 맛의 달인의 한국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고, 그나마 조차도 어딘가 좀 빈 듯한 그런 만화가 되었달까요.
근래에 일도 일이고 해서 이쪽, 즉 구루메에 관련된 부분을 좀 건드리게 되었고 그러다 최근의 연재분을 보게 되었는데, 일단 이전에 내린 평가는 좀 바꿀만 하게 되었더군요. 원래도 꽤 취재를 열심히 한 편이라 할 수 있었지만(특히 국내 작가들 중에서), 좀 더 드라마나 내용 면에서 안정화되었달까요. 드라마가 이런 구루메에 매몰된 경향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가져다 두고 읽는데 부담이 되는 건 줄어들었다고 할 만 합니다. 물론, 축산 쪽에 일을 했던 지인은 이번의 "두당" 편이 좀 오버가 심하다는 평을 하고 있긴 하지만, 만화인 만큼 어느정도의 파고는 있어야 사람이 볼 수 있을테니 말이죠.
사실 음식만화에 있어서 미식과 대립 구도를 빼 놓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조리계라고 해야 하나.... 그 쪽에 계신 분들은 근래 몇 분 정도 업무상 뵌 적이 있는데, 다들 자부심이 강하고 재료와 맛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는 그런 성격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십여년 동안 그 일을 해 오신 분들이라면 그런 정도의 장인 기질이 결여될 래야 될 수가 없기는 하지만 말이죠.
지금의 식객에서는 미식 대립 구도가 종종 나오고 있고, 좀 오바하는 것들도 분명히 있긴 하지만, 이젠 어느 만화의 안티다 아니다를 논하는 차원은 좀 벗어나서 안정화 되어 있는 느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립 구도에 매몰되지도 않고, 좀 더 드라마 적으로도 그런대로 풍부해졌달까요. 물론 엄청나게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느낌에는 이르진 못했지만,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할 만한 아우라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나, 묘사의 내용이나 취재 노트(이건 곁다리지만)에 이르면 이 만화도 하나의 장인의 크래프트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이 정도의 디테일은 결국 사람의 품삯으로 결정되는, 그야말로 "집약적"인 것인데, 몇 분 정도 스태프가 계시긴 하지만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게 보인달까요. 일본처럼 매뉴얼 소리를 들을 만큼 엄청난 스태프가 투입되는 여건이 아님에도 이정도까지 한다는 건 쉽지 않죠.
좀 두서가 없이 썼는데.... 하여간, 근래의 연재본은 확실히 볼만한 만화가 되었습니다. 허 화백님의 오바끼랄까.... 그런게 이전 연재분에는 좀 강했고 그래서 전 안맞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좀 파장이 맞게 변했더군요. 아직 책으로는 사진 못하고 있는데(예산배정이... 에산배정이...........), 여력이 좀 풀리면 구매를 고려중입니다.
PostScript1: 사적으로 저랑 아는 사람들이라면 구루메 업계 구라(?)를 좀 더 들을 수 있을지도.
PostScript2: 아 그리고.... 구루메라는 용어는 일본식 용어인데, 검색 회피 겸 좀 의미전달이랄까 그런 면에서 편의상 썼습니다.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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