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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7 15:34

기능이 어디가 어때서?

뭐... 어찌 보면 뒷담화성이긴 하지만, 요즘의 인적자원에 관련된 논쟁이라던가 주변의 정황을 보면 참 이렇게 되묻고 싶어지는 상황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공계나 인문학계 정도는 말빨이나 권리장전이라도 잘 되어 있지만, 이 "기능"이라는 영역의 사람들은 관짝에 넣어 미이라가 되다 못해 썩어 문드러져 한줌의 부엽토가 되어버린 수준이죠.

이 기능技能 이라는 단어는 사실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에 가까운 단어입니다. 우리나 일본이나 대개의 경우 영어에서의 스킬이나 퍼포먼스의 역어로서 쓰이는 단어지만, 우리나라는 유난히 기능機能(Function)과 뒤섞여서 대중없이, 그러나 소수설 처럼 쓰이는 허접한 위상을 가진 단어죠. 일본의 자료들을 보면 이 기능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을 잘 하는데 필요되는 것들 중 주로 행동이나 수행, 즉 영어의 Performance나 Behavior 에 해당하는 사항을 의미합니다. 즉,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퍼포먼스(내지 컴피턴시) 기반의 학습, 액션 러닝 같은 것에서 퍼포먼스, 컴피턴시, 액션 같은게 그 주된 대상이라 할 수 있죠.

이 점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술技術(Technology)와는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죠. 기술이라는 것도 사실 Skill이나 Performance의 대응언어로서 종종 쓰이는지라 칼처럼 자르기는 어렵긴 합니다만, 조금 조작적으로(역시 일본에서 기능을 정의하는 와중에 나누는 거지만) 어떤 방법, 이론을 의미합니다. 즉, 어떤 사실들로부터 정제된 어떤 결정체와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기능과 기술은 종종 대립되는 것으로 언급되기 일쑤입니다. 기술의 관점에서 보는 기능은 철저하게 주변적인 것에만 천착하며, 그 본질을 전혀 꿰뚫지 못하고 있는 하찮은 것으로 보이기 일쑤이고, 기능의 관점에서 기술은 자기가 만든 이론적 틀 안에만 갖혀져 있을 뿐 막상 일선에 와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것일 뿐이죠. 흡사 맑시즘에서의 교조주의 논쟁이나 실물경제론 논쟁과도 비슷한 감이 드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러한 대립구도는 초기의 제도도입자들이나 옛적 해외의 교육론자들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생각하지 않고 또는 정말 상대의 부정적 요소들만을 보고 용어와 개념을 만들었기 때문에(그리고 그것이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긴 합니다.

근래에 종종 더 이상 기능은 무의미하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교나 그 이상의 대학원 과정에서도 겉핥기 나마 기능이라는 요소를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있는 실정이죠. 흔히 "테크니션"의 업무들은 이런 사람들에 의해 수행되는 부분을 말합니다. 의학이나 생물학과에서의 실험동물들 관리하는 거라던가, 시료들 취급하는 거라던가.... 또한, 전통적인 도제훈련을 통해 입직하는 분야들, 예를 들면 조리사라던가 목공이라던가 하는 쪽도 이론화나 방법론의 개발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통적인 분과 개념이 점차 무너지는 한 형태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사실은 기능이나 기술이나 하나의 본질, 즉, "유능함"이라는 요소를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한 외피일 뿐이라는 것을 종종 간과하는 것이 현실이죠. 우리가 이론화를 한다던가, 도제훈련을 시킨다던가 하는 것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능함이나 깨우침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다만, 어느 방법이 그 전달이 용이한지에 따라서 바뀌는 것일 뿐이죠. 의과 교육을 생각하면 조금 더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구 다루기(소작기라던가 메스라던가, 겸자라던가)같은 스킬 부분이라던가, 인턴이나 레지던트 같은 것이 기능과 같은 영역을 가르친다면, 반대로 해부학이나 생리학, 병리학, 생화학 같은 것은 반대로 기술의 영역을 가르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의 교육이나, 사회학 교육, 정비사 교육 모두가 그 배합비가 다를 뿐 대개 비슷한 축이죠.

이런 부분에서 자꾸 변죽을 올리게 되는 것이 무슨 혁명적인 요소마냥 나오는 역량(Competency)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쪽의 원래 의도는 저런 종합적 접근을 위한 도구인 셈인데, 어느사이엔가 "이미 비축되어 있되 나오지는 않은 잠재력"을 의미하는 식으로 흐르고 있죠. 즉, 포괄적 관점이 아닌 무슨 IQ 테스트 식의 개념으로 흘러간달까요. 그러다 보니 액션 러닝이니 유능(Competence)니 하는 또 다른 용어가 나오게 되고 말이죠.

문제의 본질은, 사람들이 이런 기능이라는 요소가 가지는 일정한 영역이 손쉽게 기계나 이론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착오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감각은 정말 광범위해서, 고위관료부터 저변의 임노동자까지도 그런 줄 알고 있죠. 이 부분이야 말로 우리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능공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기 쉽지만, 사실 전통적으로 무언가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것 만이 기능공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대표적인게 CNC 기계를 다루는 작업자들이죠. 흔히 생각하기에 CNC 프로그래밍이라는 전형적인 공학적 장치에 의해서 그냥 데이터 값만 때려 넣으면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어떻게 절삭구가 이동할 것인지, 어떤 방향에서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원하는 형상이나 정밀도가 나오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런 부분까지 모조리 컴퓨터화가 되는 날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긴 합니다만, 현재로서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갈리게 되는 부분이죠.

그 외에도 음식을 만드는 과정 역시 그렇습니다. 상당한 부분을 계량화, 표준화 하고 있고, 이론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영양학적인 부분이나 식이학적인 부분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표준 레시피에서 조차 간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가열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를 완전히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이 이 영역이죠. 물론, 대량생산되는 식품공업이 자꾸 치고 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레스토랑업계는 성업하고 있죠. 사실 까놓고 이야기하면 비밀소스래봤자 물엿, 고추장, 소다수, 간장 정도의 배합물인게 대개인 업계라고 하지만, 그 중간에 생기는 미묘한 부분 때문에 사람들은 음식점을 평가하고 돌아다니니까요.

건축에 있어서도 그런 경향이 큽니다. 대학에서 건축학이나 건축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한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설계가 이루어지며, 그 시공 과정이 매니징 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무수한 부분들, 예를 들면 미장공이라던가 목공이라던가, 인테리어 업자라던가, 창호공, 유리공, 거푸집공, 비계공 등과 같은 무수한 기능공이 부속되어야만 정상적인 건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실정입니다. 하다못해 포크레인이나 불도저, 로더 운전수 조차도 기능이 모자라면 사고가 나게 되죠.

대개의 기능분야는 종종 기술에 의해 침식당하는게 보통이고, 자동화나 기계화에 의해서 종종 그 노동의 정체성 자체가 사라지는 예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뱃사공, 부기원, 굴뚝청소부, 화부, 전신원 같은게 대표적인 케이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루는 영역이 복잡계인 대다수의 경우, 예를 들면 매번 오더의 양상이 달라지고, 다루어야 하는 재료가 제각각이며, 자동 기계로 하는데도 여러 준비절차가 요구되는 경우에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기 일쑤죠. 심지어 CNC와 같이 "더 이상의 기능공은 없다!"라고 나오는 분야 조차, 새로운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또한, 작업관리같은 부분의 경우 아카데믹한 방법론으로 죽어라 분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십장이나 계장 아저씨가 대충 눈대중으로 때린 것 만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 아니 역으로 아카데믹한 방법론의 "숙련가"를 요구한다는 괴이쩍인 현상도 일으킬 지경이죠.

물론, 기능의 한계도 명확하고, 언젠가 없어질 분야들도 수두룩한 것은 주지할만한 사실임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하나의 계界(System)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이 나오는데에는 참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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