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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6 街談巷說. (8)
  2. 2007/04/06 일제 조어들이 가지는 함의들에 대해서 (8)
2007/05/16 13:25

街談巷說.

가담항설이라는 표현이 썩 맞아들어가는 않지만, 근래 몇 가지 사건들과 거기서 파생되는 말들을 보면서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군요.

과거가 까발라지고, 그리고 거기에 대해 악평이 달린다는 것이야 말로 사람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라 하겠죠. 그것도 한 10년치 묶어서 배달이 온다고 하면야 이건 거의 공포의 영역이라 하겠고... 여기에 지금 당장에 트러블이 하나 있다면, 또 여러가지가 겹쳐 온다면 참 와사탄 집적지에 네이팜 떨어지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라 하겠죠.

뭐랄까. 사람이라는 건 살면서 가치관이 변하게 마련이고, 또 이와 동시에 세간의 가치관도 크게 뛰게 마련이죠. 선의나 정의감, 신념을 바탕으로 활동하던 것이, 그릇된 것을 초래하는 일은 역사에 수두룩하고, 또한 비겁자로 돌을 맞아 마땅한 이가, 수 년쯤 지나면 만세를 듣게 되는 일도 있죠. 어느 새 서 있던 포지션이 바뀌어 있다거나, 내가 과거에 한 말을 뒤집지 않으면 안되는 위치에 온다거나 하는 것은 많죠.

특히나, 이것이 심각한 것은 이제는 "말로써" 남을 것이, 쉽게 "글로써" 남게 되는 시대라는 것이죠. 과거의 글을 인쇄하거나, 메모를 남기는 것은 꽤나 특권적 위상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문자를 쓰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지금은 누구라도 쉽게 문자를 대량으로 쓸 수 있고(이 글처럼), 또 글이 아닌 다른 것들을, 사진이나 녹음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쉽죠. 또, 이런 것을 추적해 가는 것도 쉽고 말이죠. 말 그대로 예전에는 항공기에서 박격포탄 떨구던 시절이라면, 지금은 제플입자 풀고 불땡기는 거랑 비슷하달까.

 거기다가 그만큼 보는 사람도 많고, 기억하는 사람도 많은데다, 이런 사람들이 노출되는 범위도 커지고 있죠. 20세기 초반의 성취라 할만한 사생활의 영역이 점점 더 극단적으로 좁아지고 있다 할까요. 1960년대에는 마르쿠스 볼프 사진 한장이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지금이야 뭐 정이리횽아 셀카나 몰카가 안나오는게 신기할 지경이죠.

 이런 세상이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대중들(아니 대중이라기에는 조금 이슈에 집중된 사람들이긴 하군요)에게는 매우 좋은 떡밥이 되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세상이 사람을 침묵의 카르텔에 가담하기 좋게 하는 그런 작용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법률적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거야 사람이라면 당연하고, 그를 부담하지 않는 세상이야 말로 위험한 세상이긴 하지만, 이런식의 가치관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평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게 되겠죠. 무언가를 떠들면 화난 관중 앞의 무대로 올리면 되니 말이죠.

 결국... 앞으로 왠만하면 입닫고 살아야 하겠다는 교훈을 새로이 배우게 됩니다. 떡후라고 지목되면 그의 배를 갈라 간을 씹고 그 고기를 베어 술안주를 해도 시원찮은 원수로 아는 인간들이 세상에 차고 남는데, 무엇하러 그런 고난을 자청하겠습니까. 허벅지살 베어 팔아 돈이라도 벌면 모를까...

 예전에 어디 연수를 갔을 때 "너무 깨끗하면 그것도 못쓰겠더라"라는 말을 듣고서 그 이야기 한 사람의 평가를 상당히 낮게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와서는 그 말이 매우 수긍된달까요. 결국 사람이 수성할 게 생기면 그런 것이 생긴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셈입니다.

PostScript: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눈치없이 예전 이야기 꺼내는 사람은 나랑 싸우자는 걸로 알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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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6 11:49

일제 조어들이 가지는 함의들에 대해서

 3.1절이나 8.15즈음 되면 꼭 한번씩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언어순화죠. 일본어의 잔재를 추방해야 한다는 캠페인들인데, 상당히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들 중에 하나죠. 그래서 새로운 한자 조어나 우리말 조어로 바꾸는 운동이 많이 이루어졌고, 특히 성공적인 것들도 많죠. 예를 들어 벤또, 요지, 와리바시 같은 단어들은 각각 도시락, 이쑤시개, 나무젓가락 등으로 대체가 되었고, 여전히 많은 용어들이 전환 과정에 있거나, 그 대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어의 전환에 대해서 종종 저항감이 생기는 언어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이런 것에 대해서는 종종 꼰대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가장 대표적인 용어는 사양서, 시방서 라는 용어입니다. 유래는 거의 일본어이고, 그래서 이걸 순화하라는 용어로서 설명서라는 표현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정말 용례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지극히 의심이 들더군요.

 사양서(Specification)이라는 단어를 설명서로 순화하라고 하는데, 설명서(Manual or Guidebook)은 사양서가 아니죠. 만약 구태여 설명서라고 한다면 결국 사양설명서로 귀결되게 됩니다. 바보같은 짓이죠. 오히려 사양이라는 말을 추방하면, 사람들은 스펙이라는 말을 더 쓰게 됩니다. 양킷말은 되고 쪽발이말은 안되는 것이라면 이건 용인할 수 있겠죠.-_-

 시방서 역시 영어로는 동일하게 Specification으로 적을텐데, 주로 건설에서 무언가 도면을 주고 그걸 어떻게 하라는 지시를 내릴 때 쓰죠. 역시 설명서라고 하면 지시설명서같은 식으로 쓸데없는 말이 붙어야 하거나, 그래도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죠. 개인적으로 억지로 말을 만들자면 작업지시서 정도가 되긴 하겠지만, 제조업체에서 쓰는 또 다른 용어와 겹치고, 조어가 너무 길죠.  

 이런 용어들을 대체하는 우리말이 없다는 것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언어라는 것이 그 길이를 절약하는데 상당한 유인경향이 크다는 걸 생각한다면(말장난 치는게 아닌 이상에는-_-), 저런건 아마도 100년쯤 가도 잡지 못하지 않을까 싶군요. 저게 가장 잘 뜻이 통하고 통용되는 한에는 말이죠.

 또, 근래 본 엽기적인 경우로, 비속어를 또 이렇게 새로 조어를 만들기도 했더군요. 이건 뭐.

 왜 비속어에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게 개삽질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거기에 있는 일본어 찌꺼기들은 말 그대로 통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에서 밀려나, 하위계층 내지는 지하계층에서나 쓰이는 썩은 말이 된 겁니다. 또, 이런 용어들은 이미 고유의 함의가 생겨나 있고, 집단 내에서나 쓰일 만큼 무의미한 용어가 되는거죠.

 저런 말들은 순화의 가치가 없다...라고 말하는 건 어폐는 있지만, 순화한다기 보다는 그 의미를 명백히 하는 것 외엔 별 의미가 없는 짓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나와바리나 시다바리(사실 이 두 단어는 일본어도 아닙니다. 일본어에서 변형되어서 우리말과 결합한 국적불명의 단어죠) 같은 말을 두고, 이걸 관할구역, 잡역부하 라는 식으로 순화 내지 전환한다고 해도 그 의미를 담지 못하죠. 또, 은어로서 가지는 고유의 목적성도 모조리 날아가고 말이죠.

 법률적 용어에 있어서도 그런데, 가처분, 원처분 같은 말들이 일본식 조어라고 하지만, 이걸 또 풀어서 임시 처분, 본래 처분 등으로 말을 하면 그 의미가 잘 안맞거나, 또 풀어 씀으로서 생기는 문장상의 구조 변경이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초래하게 되죠. 특히 법률 쪽에서는 아무래도 판결문에 대한 불복 같은것을 처리하는데 생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중간 문장을 안끊고 줄줄히 이어 한 문장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며 또한 이런 줄줄히 길어지는 문장의 중간 부분에 쉼표나 줄표같은 문장부호를 삽입하여서 이것을 통해 문장 구성성분이나 단어나 구나 절과 같은 것을 수식하거나 해설하거나 한정하거나 관형하거나 하는 식으로 만지는 것에 대해서 좀 금기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신념같은게 있지 않은가 하고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유추를 통해 생각해 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만한 사유가 없어 가납하는 바인데 그런 습성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저런 식의 컴팩트한 단어라도 없다면 이런 문장이 더 거지같을 정도로 줄줄히 길어지는 문제점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 되어 그 뜻을 제대로 잡게 하기 위해 용인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되는 셈이죠. 여기다가 한자와 영어를 병기해서 표기해 주기 시작하면 뭐 가히 끝내주는 가독성을 자랑하게 될 판인데, 단어를 적당히 쪼아주지 않는다면 결국 읽는 사람을 넉다운 시키는, 그래서 전혀 Plane 하지 않은 Plain Language가 되어버리게 되죠. Jargon Buster 질 하다가 Jargon을 만드는 격이랄까.

 물론, 저런 말 쓰는 것 자체를 어떻게든 쪼아줄 필요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어떤 고유의 목적성이나 함의가 있다는 걸 부정하고 흡사 곽미살이들 처럼 달려들면 자원의 낭비 외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오염이 진행되는거야 좀 그렇지만, 너무나 엄숙주의적인 경향이 아닐지.

PostScript:간만에 말장난을 해 볼렸더니 역시 잘 안되는군요. 역시 다루는 주제가 좁다 보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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