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09/08/25 "아돌프에게 고한다!" (4)
  2. 2009/03/25 좀 오래 밀려서 대충 기억나는 것만 추려 씁니다. (9)
  3. 2009/02/11 V For Vendetta 코믹스. (2)
  4. 2008/10/16 헬싱, 원판으로 보니... (5)
  5. 2007/11/28 소년지와 신동우 화백에 대해서 (6)
  6. 2007/03/26 맹꽁이 서당. (4)
  7. 2007/01/30 데츠카 할배 만화들에 관해서 두서없는 잡담. (4)
  8. 2006/11/05 월관의 살인과 철도취미. (4)
  9. 2006/10/26 모후(MOFU). (6)
  10. 2006/06/30 식객, 장인에 대한 이야기.
2009/08/25 21:42

"아돌프에게 고한다!"

 분슌(文春) 문고판으로 구해서 보았습니다. 뭐랄까, 이 책에 대한 인연은 이 만화에 등장하는 아돌프들의 인연이랑 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따로 글로 뽑게 되었는데... 일단 이 제목의 데츠카 할배 만화가 있는 걸 96년인가 그쯤에 평론집(이라기 보다는 소개성 평론이라고 해야 하나) 비슷한 단행본에서 보고서 알게 되었다가, 97년인가 하여간 학부때 어느 서점(교보였나 종로였나, 아니면 옛 신촌문고였나....)에 있던 외서부에서 분슌 문고판으로 나란히 꽃혀있는 걸 보고서 충동구매의 의욕이 들었던 일이 있었죠. 그러나 그때도 1권 만 떨렁 빠져있던가, 5권만 빠졌던가 그랬고, 그땐 한참 빈핍한 재정에 시달리던 시절이어서 결국은 못샀는데...

 이후에 번역판으로 데츠카 오사무 만화들이 나오면서, 재원이 허락하는 한 여럿 질러댔고, 그러면서 당시에 평론집에서 다루었던 주요 만화랄까 그런게 나오길 기대했었습니다. "뱀파이어"는 정작 나온 걸 알고서도 못샀고, "7색 잉꼬"는 나왔던걸 안샀나 그랬고, "양지녘의 나무"는 결국 못나왔죠. "붓다"와 "도로로"는 좀 늦게 나온 택이고요. 다행히 "블랙잭", "정글 대제", "불새"는 제 때 제대로 물긴 했지만, 역시 잔혹한 예산이 지배하다 보니 못산것들이 많이 눈에 어른거리더군요. 이 "아돌프에게 고한다"도 사실 번역판이 나오길 상당히 기다리던 만화인데, 정작 나오질 못했죠. 이후 북오프에서 좀 눈에 보이는 대로 책을 잡기는 했지만, 이 책만큼은 거의 안걸리더군요.

 그러다가 언젠가 문군이랑 레이드 뜨러 갔다가 1권이 비는 구판 한 질이 있는 걸 보고 질렀습니다. 어쩌면 이게, 예전에 사지 못했던 그 셋트였을지도 모르겠다는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1권을 채우려고 해외 주문을 넣었더니 절판 크리..... 결국 1권만은 분슌의 신판으로 채워넣게 되었습니다. 이 1권을 기다리느라 책 사두고 2달 정도를 묵힌건 좀 안습하다면 안습하달까요.

 뭐... 그렇게 한 10년 넘게 걸려서 보게 된 이 만화인데, 일단 좀 퐈심적인 부분도 있고 해서인지, 역시 10년의 가치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데츠카 할배는 샤방샤방하다고 해야 하나, 좀 아동적인 면에 종교적인 교훈을 입힌 식의 만화 영역이 있고, 도로로 정도를 경계로 해서 인격파탄이 즐비하게 벌어지는 그야말로 어른의 만화 영역이 있습니다. 후자의 코어 작품들은 종종 섹스어필 요소들이 대거 입혀지기도 하죠. 흔히 이 영역을 블랙 데츠카라고들 하고, 정말 "아톰"이나 "리본의 기사"정도만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쪽을 보면서 그야말로 손발이 오글오글 하는 경향이 있습죠. 이 만화는, 전형적인 후자의 만화입니다.

 다만, 이 만화가 데츠카 만화에서 좀 독보적인 구석이 있는건, 대개 데츠카 만화들, 특히 블랙한 쪽으로 오면 좀 픽션적인 세계에 가까운 만화들이 많은데, 이 만화는 완전히 이런 요소가 빠져버린 대하역사극이라는 점 입니다. 뭐, 사실 데크차 만화에 아주 현실주의적인 만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 기괴한 요소들, "키리히토 찬가"에서는 기형화라는 요소, "돈 드라큐라"나 "네오 파우스트", "블랙잭"의 오컬트, "도로로"의 요괴 같은 식으로 비현실이 개입하는 예가 많은데, "아돌프에게 고한다" 처럼 담백한 수준으로 내려가는 건 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다보니, 사건들 또한 픽션과 넌픽션의 배합정도가 상당히 절묘할 정도인데, 일본인 혼혈이나 고베의 유대인 같은거야 만화고 독자의 흥미요소를 위해서는 끌어다 댈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지만, 이들을 둘러싼 사건의 전개같은 건 상당히 현실감 있게 제시되고 있어서, 정말 탄성이 나오죠. 모 흠차대신이 좋아할만한(너무 고전이라 상대안할려나) 조르게 사건이라던가, 상하이 침공, 진주만 공습 등등. 물론, 당시의 유행하던 가십성의 설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고(음모론적인 견해랄까) 해서 아주 엄밀한 역사라기는 그렇지만, 또 실제 단체들이 좀 허술하게 제시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HJ를 거쳐서 SD로 갔다가, 다시 Gestapo로 넘어간다던가), 이런 류의 픽션에서 다루는 범위로서는 꽤 잘 둥글린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잘 묘사되는 건 역시 배경이 되는 고베/오사카 지역이나 일본의 사회풍경 쪽이 아닌가 싶은데, 일본의 전시풍경은 그야말로 경험해 본 사람만이 묘사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물씬 납니다. 특고의 횡포라던가, 아카(뻘갱이)로 찍힌 결과라던가, 옷이나 풍경, 공습 묘사 같은걸 보면 후대의 것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스토리는 직접 보는 쪽을 권하는데, 뭐 아무래도 좀 예전 작품이다 보니 인간관계의 폭이 좁고, 약간은 기연에 가깝게 엮인다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밀도가 높게 묘사가 됩니다. 문고판 5권이라서 그럭저럭 술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의 밀도감 덕에 보기보다 읽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읽다보면, 처음의 작위적이었다고 생각했던 설정들이, 점점 얽혀가면서 그야말로 비극으로 종극을 맞이하는 건 뭐랄까... 대하물 답다고 해야 할까요.

 데츠카 만화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일단 다른 유명작을 어느정도 섭렵한 다음에 꼭 한번 거쳐봐야 할 작품이라고 감히 평할 만 합니다. 주간 분슌에 연재되던 만화라서 다른 작과 테이스트가 정말 차이가 크지만, 그렇기에 거쳐봐야 한다고 해야 할까요.

P.S.:여기서는 아세틸렌 램프씨가 졸라 무섭습니다. 거의 터미네이터급.-_- 햄 에그도 보통은 덤벙이 이미지가 겹치는데, 여기서는 거의 귀축 특고로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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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11:27

좀 오래 밀려서 대충 기억나는 것만 추려 씁니다.

 아하하....이젠 이것도 제대로 못쓸정도로 망가졌습니다. 인간이 이다지도 황폐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군요.

 秋山哲男 외. "都市交通のユニバーサルデザイン ―移動しやすいまちづくり". 学芸出版社, 2001.
 북오프에서 예전에 사 놓고 잊어버리던 책인데(한 4~5개월 묵었을 듯), 요즘 이쪽에 조금 관심이 가다 보니 꺼내 읽게 되었습니다. 이쪽은 교통시설이나 도시계획 수준에서의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좀 광범위한 용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라도", 좀 상스럽게 말하면 바보나 병X이라도 쓸 수 있는, 좋게 말하면 장애인, 외국인, 노약자, 아이 등등 모두가 쉽게 섞여 쓸 수 있게 제품이나 환경, 표지 등을 디자인 하는 걸 말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꽤 많은 걸 정리할 수 있었는데(배리어 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의 차이라던가), 내용이 좀 행정수준에서 이야기하는게 많아서 약간 핀트가 안맞는 부분도 없잖아 있는 듯 합니다.

 박용남. "꿈의 도시 꾸리찌바", 개정증보판. 녹색평론사. 2005.
 한동안 교통바닥에서 상당히 강력한 떡밥으로 쓰였던 꾸리찌바에 대한 개설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부류의 책이 잘 안나오는 편이다 보니 꽤 신선한 맛이 있는 듯 합니다. 대개 환경, 교통, 보건 등 지역행정 이야기와 도시계획 이야기를 한 묶음으로 정리하고 있고, 교통 관련은 사실 한 두 챕터 정도만 할애되어 있다 보니, 제가 보기에는 사실 좀 나머지가 남는 맛이 있었습니다.

 교통 개혁이라는 부분에서 봤을 때, 정말 이걸 어떻게 읽으면 서울 꼬라지가 나는지 참 새롭달까 그렇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예전에 말한 대로 지역 중심지 정도의 도시와 과밀에 치이는 수도급 도시의 과제를 무시하고 아무 고민없이 때려박은 것을 보면 정말 한탄이 나온달까요. 버스 중앙차로제가 기본적으로 경전철 도입까지 전제로 두고 만든 체계라던가, 요금 설계의 철학 같은 것들 보면, 비슷하게 흉내는 냈지만 결국에는 이도저도 아닌 시스템으로 화해버린 걸 보면 참 안구가 촉촉해집니다. 남이 천국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방법을 그냥 수입하면 그냥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다 그냥 얼어죽는거죠.

 요시히코 가와우치, 양성용. "유니버설 디자인". 선인. 2005.
 좀 읽다가 앞서 책을 다 읽어버려서 일단 손을 놓고 있는데, 이쪽은 좀 에세이 비슷하게 풀어쓴 유니버설 디자인 개론쯤 됩니다. 역시 배리어 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의 차이나, 유니버설 디자인의 주요 원칙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읽어보면 근래의 공공시설 설계의 철학이랄까 그런게 좀 보이는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앨런 무어, 데이브 기번스. "왓치맨", 1-2. 시공사. 2008.
 영화가 좀 화제가 되다 보니, 책에 좀 동해서 사 봤습니다. 과연, 명불허전이라고 할만 합니다. 20년쯤 된 만화라고 하지만 내용이나, 연출이나 여전히 현재성이 있다는 점은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 듯. 마약 문제나, 핵전쟁 이야기, 냉전, 아프간 침공 같은 부분들은 좀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하겠지만 말이죠. 스콧 맥클라우드 씨 책을 한번 보고 이걸 본다면 좀 더 재미있어질 듯 하군요.
 여담이지만, 마지막의 오지맨디어스 인용구는 문명4 덕에 익숙해져 버린 덕에 작가의 의도대로 못읽은 것 같군요. 문명4에서는 Construction 항의 설명에서 이렇게 인용했죠. And on the pedestal these words appear :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사실, 작가는 이 시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오지명이(...)가 결국 삽질한거라는 걸 암시하려는 의도로 깔아놓은 것 같더군요(닥터 맨하튼의 대사나, 마지막의 일기도 그런 의미고).
 아메리칸 코믹스의 좀 거친 그림에 내성이 좀 있다면(바꿔말하면 모에주의자가 아니라면), 한 두세번씩 읽어볼 만한 만화라고 평가할 만 하더군요.

 요시타니.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대원씨아이. 2008.
 몇번 웹에서 글이 눈에 띄어서 사긴 했는데... 그럭저럭 재미는 있긴 하지만, 좀 낚인 듯. 억지로 사 보진 마시고, 빌려보거나 웹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뭐, 사보겠다면야 말리진 않지만, 좀 단가를 생각하면 눈가가 촉촉해진달까요.

 이용상 외. "유럽철도의 역사와 발전". BG북갤러리. 2009.
 이쪽 책으로는 신간입니다. 이전에 같은 서술법으로 일본철도를 다룬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유럽편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전반적으로 읽어보면 좀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보이기는 하는데, 사실 유럽이라고 해도 덩어리가 워낙 크다 보니 좀 산만한 감이 있습니다. 주편저자가 좀 바빴던지, 아니면 조율이 잘 안된 결과랄까요. 이렇게 쓸라면 차라리 국별 서술로 방향을 잡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유럽 철도라고 해도 영국은 일단 별개로 보고, 불, 독, 이 셋에 포커스를 두는게 적절(이라지만 불란서계와 독일계는 또 철도운영 시스템이 전혀 달라서)하지 않나 싶습니다. 뒤쪽의 여행기 부분은 흥미가 가기는 하지만, 좀 사족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들어가다 보니 정책론이나 유럽철도 정세와 좀 안맞는 면이 있달까요. 또 내용면에서도 좀 업데이트가 늦거나 한 부분들이 몇군데 보입니다. 이런저런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부류의 책이 워낙 없기 때문에 나온 것 만으로도 웰컴이긴 하군요.

 이스나 하세쿠라, 코우메 케이토. "늑대와 향신료" 1. 학산문화사. 2008.
 소설판은 읽기 귀찮아서 만화판을 샀습니다. 내용은 꽤 재미있군요. 검증된 스토리라인이라 그럴 듯 하지만요. 전반적으로 뭐 재미있었습니다. 그림도 예쁘장 하고 말이죠. 다만, 그림 작가가 에로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나는 점이나, 그런 연유로 19금성 짤방 그림으로 쓰일만한(아니 이걸 노렸을지도) 장면이 많다는 점은 참 읽는 사람 난처하게 만든달까요. 아, 제가 좀 뇌가 부패한 게 있어서 그럴수도 있기는 하겠지요마는...

 히로에 레이. "비취협기담" 1-2. 삼양출판사. 2008.
 낚였습니다. 신간인줄 알았더니 옛날 연재물을 재출간했더군요. 내용은 좀 B-급 모험담이고, 초반부는 좀 작붕 근처즘이라서... 다만, 재간하면서 작가가 직접 자기 만화 까는 2페이지 만화를 그린거나, 평야경태 같은 양반 축전 덕에 아주 캐안습은 아니랄까요. 2권 마지막에 가와시마 요시코 등장과 함께 만화 끝나는 부분에서는 빵 터졌달까요(아니 가와시마 요시코는 실존인물인데, 미인인 건 맞지만 이건 좀 엽기인듯).

 유현. "아이돌 게임". 대원씨아이. 2009.
 이런 걸 사보는게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유현 화백(....) 만화라면 일단 사고 보는 편이라서 말이죠. 비록 4페이지 이상 연재하면 스토리가 산넘고 물건너 운하타고 은하수를 건너 안드로메다로 달려가고, 그림체도 아주 딱 취향이라기에는 닷떼난다까닷떼닷떼난다몽 이라고 해야 할 듯 하지만... 대충 이 나이 또래에 서브컬쳐에 젖어 있었다면 유 화백과는 좀 뗄레야 뗄 수 없는 거시기한 그런게 있긴 하니 말이죠. 어떤 쪽 사람들이 몸X영씨에 느끼는 감정보다는(아 그런 X란한 몸 운운하는 어쩌고는 아니고), 좀 포지티브하게 팬덤 비스무리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 거 같습니다.

 헛소리가 길어졌는데, 뭐 유현씨 만화 답게 내용이 산으로 가는 재미(...응?)가 충만합니다. 아, 당연히 너무 많은 걸 생각하면 패배합니다. 그냥 그림과 이야기를 즐긴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죠. 발리우드 영화를 즐기는 마인드로 보는 만화랄까요. 빵 터지는 개그들도 있고 해서 뭐 별 다섯 중 별 셋 정도는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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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56

V For Vendetta 코믹스.

 얼마전에 충동적으로 질렀습니다. 영화판을 DVD로 샀더니 덤으로 코믹스 소책자를 끼워준게 있었는데, 좀 더 제대로 된 판으로 나와있길래 샀습니다. 사실 서양쪽 코믹스는 좀 비싸단 감이 있어서 잘 안사게 되는 편인데, 이건 당기는 맛이 좀 있달까요.

 내용은 올 칼라지만, 뭐랄까 히어로 코믹스 풍의 색감이라고 할까, 좀 제한된 방식의 채색이고, 선도 굵직굵직하고 좀 거친 면이 있습니다. 일본풍의 가늘고 미려한 선, 단색 기조 아니면 컴퓨터 작업된 색감과는 다르죠. 이 맛에 서양만화긴 합니다만.... 연출 기법도 뭐랄까, 좀 이리저리 튀고, 암시적인 뉘앙스가 많고 그래서 친절한 느낌과는 한 1만광년쯤 떨어진 편입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쉽다기는 좀 애매해서, 두어번 정도 뒤적거려 봐야 아구가 맞는 느낌이랄까요.

 이야기 자체는 파시스트 돼지들에게 철퇴를 먹이는 이야기입니다. 영화판의 스토리랑 생각만큼 큰 차이는 안납니다. 주요 사건들은 둘이 거의 맞춰져 있기도 하고, 특히 이야기 중간의 골조 자체는 대동소이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영화에서 생략된 인물들이 좀 더 있고, 이들의 에피소드 들이 엮이면서 영화에서는 애매하게 이야기되는 부분들이 설명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비가 각성하는 과정이라던가(이것도 조금은 비약이 있지만 영화보다는 좀 낫달까요).

 다만, 엔딩 부분에서는 영화와 코믹스의 간극이 좀 나는 편입니다. 미스터 핀치는 영화에서는 관찰자에 가까운 입장이지만, 코믹스에서는 각성한 인물이기도 하면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입니다(비유하자면 론지너스의 역할이랄까). 또 파시스트 정부의 붕괴 과정이나, 그 붕괴의 과정 자체랄까 그런 것도 영화의 느낌과 코믹스의 느낌이 다릅니다. 영화쪽은 시민혁명의 긍정적인 묘사 위주로 그려내지만, 코믹스 쪽은 정 반대로 무정부상태 그 자체로 묘사됩니다. 영화에서 후자의 묘사를 취하지 못한거야 대중적인 영화니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죠(무슨 지옥의 묵시록도 아니고...).

 하여간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코믹스 쪽도 재미있게 볼만 합니다. 요즘같을 때에 나온걸 봐서는 출판사가 좌빨(그런데 시공사임.... 어?)이 아닌가도 싶기는 합니다. 요즘의 정국을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코믹스라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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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6 22:31

헬싱, 원판으로 보니...

 뭐랄까, 사실 엄청난 팬 까지는 아닌데, 헬싱을 의외로 재밌게 본 바가 있어서, 이번에 미친척 하고...아니 환율 덕에 20일 뒤에 결정했으면 진짜 미칠뻔 했지만서도 하여간 질렀습니다. 9권이 조낸 늦게 나와서라는 이유도 있는데, 마침 지르고 나니 나오더라는 엿같은 일이 벌어졌죠. 아하하... 빌어먹을 세상같으니.-_-

 뭐 그래도, 원판으로 보니 또 다른 맛이 있더군요. 등장인물들의 대사랄까 그런게 특히 그런데, 요미가나 장난이랄까 그런게 많은데, 한국어판에서는 이런게 대거 뭉개졌더군요. 세라스가 아카드를 부를때 마스터라고 하지만, 대사의 표기는 "師匠"이라던가 하는 부분들 말이죠. 그 이스카리오테 등장 장면도, 번역에선 꽤 노력했지만, 원본에서의 맛을 살리진 못했달까요. 이스카리오테=열심당=자객 이라는 고리가 싹 빠져버렸으니 말이죠. 이런게 좀 몇군데 있더군요.

 그러고보니 그 고양이 이름이 슈뢰딩거 준위라는 거, 정작 본편엔 없고, 뒤에 장난스럽게 그린 인물소개에나 나오더군요. 중위도 리프번 링클이 이름인데, 번역에서는 좀 오역이 났죠. 아니 본편에서 제대로 안나오던가요. 뒤의 뻘소리는 글씨가 구려서 읽기가 힘들어 패스...-_-;;;

 하여간, 번역판에서는 좀 날아간 부분들이 원판에서 확인되는게 좀 있더군요. 물론, 원판을 사보라는 소리를 하기도 좀 애매하기는 합니다마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환율같은걸 엎어보면 책 자체 값이 원판이나 번역판이나 수준이기도 해서 뭐 겸사겸사랄까 그런 맛이 있었죠. 요즘에야 다시 격차가 벌어졌지만 말이죠. 이제 번역판 값 올라서 이게 메꿔질듯.-_-

 그나저나 9권에서는 원탁 할배들도 간만에 나오더군요. 외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도 나오고 말이죠. 외전은 10권에 붙어서 나올려나요. 이제 슬슬 10권 나올때가 된듯도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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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8 19:44

소년지와 신동우 화백에 대해서

 이젠 이름도 조금씩 잊혀진게 아닌가 싶긴 한데, 높게 가면 딱지만화 세대, 낮게 가면 소년지 세대 정도의 범위에서 신동우 화백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그 이후 세대라도 화풍 정도는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한동안 한국 만화계를 상징하는 거장으로서 대접받은 분이기도 하고, 또 그럴만큼 많이 그리고 훌륭히 그린 분이기도 하지요. 소년지 세대쯤으로 오면 만화 자체 보다는 일러스트나 코머셜 아트로 더 기억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엇그제 서점에 갔다가 우연찮게 "신동우 컬렉션"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책값이 꽤 빡세긴 했는데, 그래도 지름신께서 속삭이셨기에 과감히 들었습니다. 오래된, 거의 딱지만화 세대급에 근접하는 만화부터, 조금 이후의 홍길동까지 수록되어 있는데, 이제는 이런 책도 나올만큼 국내의 저변이(하다못해 공공기금이라도) 충분해 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전히 절판과 구하기 더러운 만화책이 많기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이 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는 듯 하지만, 나올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풍족해 졌다는 의미기도 하니까요.

 만화 자체는 오래되어서 표현 방식이 상당히 구닥다리지마는, 아직 이 감성에 싱크로가 될 여지가 있어서인지 그런대로 볼만했습니다. 요즘 꼬꼼화젊은 친구들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하긴 수록된 만화 중 저보다 어린 만화는 진X햄 광고만화 뿐일테니(...), 지금 세대쯤 되면 정말로 어마어마한 격차가 벌어지는 영역이기도 하죠. 다만, 수록한 만화들이 구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한 권 정도만, 대개 1권이나 2권 정도 들어간게 전부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홍길동은 10년전에 복간된 적이 있어서(지금 절판-_-) 그나마 낫지만, 나머지는 정말 여기 아니면 보기 어려운, 수집가나 볼 수 있음직한 만화가 많더군요.

 일본같으면야 아예 이런 작가라면 전집식으로 원고가 확보된 만화는 다 찍어버리고, 호되게 값을 불러버리겠지마는...우리나라는 아직 이정도의 저변은 벅찬 면도 있고, 또 옛날 만화들 치고 원고가 제대로 있는 경우가 워낙 드물다는 점도 있죠. 당시의 책은 워낙 질이 열악하다 보니 보존도 어려운 면이 있고요. 아쉽기야 하지만, 그래도 대가의 만화를 볼 기회라는 점에서는 좋은 경험이었던 거 같습니다.

P.S.:그러고보니 고우영 화백 만화도 이젠 좀 긁어모아야 하는데 실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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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6 12:25

맹꽁이 서당.

 이 타이틀은 그래도 아직까지 잘 먹히는 타이틀인 셈인지, 이번에 뒤쪽의 고려사 후반 부분을 보강 내지 신제한 다음에 어린이용으로 15권짜리가 나왔더군요. 원작은 흑백이 대부분으로, 연재시 부분적으로 칼라원고가 들어가던 정도였는데, 이번 판은 전부 칼라 리뉴얼을 하신 듯 하더군요. 나오기 시작한건 좀 된듯한데, 완간은 올해인 모양입니다.

 이 만화 연재가 1982년 10월이었나, 8월이었나, 그때부터 나왔던 육영재단의 "보물섬"에서 시작되어, 이 잡지가 거의 막장에 치달을 때 까지 연재가 되었던(90년대 중반에 봤을땐 연재가 없었지만), 말 그대로 "아기공룡 둘리"랑 쌍벽을 이룰만한 10년짜리 연재물이었죠. 당시에 박카본 번역 내지 모작판, 반공만화나 새마을운동 홍보용 만화들을 제하고 나면 남는 에듀테인먼트 만화는 거의 없다시피 한 편이라서 나름의 역사적인 의미는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 연재시에는 부제로 "조선왕조 500년 야사"라는게 붙었는데, 고려사까지 확대되면서(아마 연재지가 바뀌거나 한게 아닌가 싶기도) 이 부제는 없어졌죠. 이번 단행본도 10권까지는 조선왕조(1910년 국권강탈까지 다루더군요), 나머지 5권은 고려사로 정리가 되어 있더군요.

 내용이야 아동용으로 좀 순화된 편이지만, 역사적 사실에 상당히 충실한 편입니다. 구한말 같은 경우에는 매천야록에 나오는 이야기도 간간히 보이고, 앞쪽의 이야기도 실록만 옮겨놓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또, 떠도는 풍문이나 민담같은 것도 몇개씩 옮겨져 있어서, 내용적으로 읽기는 상당히 편하고 쉽죠.

 내용은 좀 고전적인 해석이 많습니다. 일례로 반정의 성격을 해석하는 부분이 그렇죠. 조선에 반정은 크게 단종, 연산군, 광해군이 겪습니다. 태조, 태종도 쿠데타로 정권을 쥐었던 사람들이기도 하고 말이죠. 이 사건의 해석에 따라서 사관의 성향이 좀 드러나는데, 여기에서는 단종을 옹호하고, 연산군과 광해군은 반대하는 경향이 큽니다. 근래 광해군 쪽은 좀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큰 편이죠. 역대 왕에 대한 평가도 좀 고전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좋다면 좋고, 좀 낡았다면 낡은 셈이죠.

 구성 자체는 액자식 구성으로, 훈장어른이 애들한테 "선대왕"편을 강의해 주는 형식인데, 강의의 내용이야 익히 아는 식의 이야기고, 그에 앞서 학동들 이야기가 나오죠. 여기서 이 학동들 노는게 80년대식과 더 이전의 시골 아자씨들 노는 방식이 뒤섞여 있더군요. 지금 애들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 많은 듯 한데(물가서 천렵한다는 말을 애들이 잘 알려나-_-), 대신 좀 낀 세대라면 꽤 그럴듯하게 느껴질 듯 합니다.

 그림체는 박수동 화백의 필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이런 "개발새발 둥글둥글하게 그린" 그림체가 지금은 좀 더 깔끔하게 다듬어져서 한 체를 이룬 건 일본쪽의 만화체와는 좀 구분되는 면이 있지 않나 싶긴 합니다. 흔히 명랑만화체라고 해서 이걸 두루뭉실하게 묶지만, 신문수, 길창덕, 윤승운, 김삼, 박수동 등 각 화백분들의 그림체는 또 각각 다른거라 구분이 확 되니까요. 이 일군의 작풍을 분석해 보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어떨지는 모르겠군요.

 묘사의 형식에서 있어서, 전체적으로 요즘 만화에 비해서(명랑만화체라는게 다 그렇지만) 컷 하나에 상당히 압축된 경향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큰 컷을 할애하는 건 비슷하지만, 요즘은 디테일한 묘사나 압도적인 풍광을 위해서 큰 컷을 쓴다면, 이 시절, 특히 맹꽁이서당에서는 한 사건을 오밀조밀하게 서사하기 위해서 큰 컷을 이용한달까요. 또, 컷의 배분이 상당히 고전적으로 딱딱 한 칸씩 떨어지는 편인데(이건 고우영씨의 80년대 만화에서도 그렇지만), 요즘의 다이내믹한 컷 분할에 익숙해졌다면 좀 지루하다면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읽어보면 요즘 만화들에 비해서 읽어나가는 속도가 좀 늦죠.

 요즘에 이 책이 나온건 아무래도 에듀테인먼트성에 치중해서, 학습만화식으로 내놓은게 아닌가 싶은데.... 요즘 애들의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다만, 어설프게 극화풍으로 그려지는 요즘의 학습만화들에 비해서는 볼만하다고 할 수 있겠고, 특히 의사결정자인 아저씨 아줌마들을 제대로 공략하는(...) 작품 선택이라 할 수 있겠죠.

 PostScript: 아, 좀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 단행본들을 보면, 만화가 어디에 언제 연재했다 같은 걸 기재해 두는데, 이것도 좀 그랬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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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16:46

데츠카 할배 만화들에 관해서 두서없는 잡담.

 지금은 고인이 된지 벌써 17년째인가 18년째가 되었죠.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친숙한 코드들, 예를 들면 아톰이나 정글대제 같은 것과, 일본에서의 명성이랄까 그것 자체만이 알려져 있지 작품 개개로 접근하는 경우는 잘 없다는 느낌이 있지요. 거기다가 벌써 사망한지 10년이 넘은 작가이니, 사람들이 그렇게 진지하게 덤비기에는 좀 어려운 면도 있고 말이죠.


 일단, 이 할배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생전에 그린 양이죠. 데뷔작이 1946년에 나오고(당시 17세), 마지막 그린 작품이 1988년에 나왔으니(위암으로 사망하기 1년전 즈음 절필), 일단 만화가로서 현역으로 42년을 활동한 셈입니다. 활동 년수 자체야 그러려니 할 수 있다지만(연재년 만으로도(1968~현재-_-) 조만간 따라잡을 듯한 사이토 다카오 같은 사람도 있으니),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저 기간 동안 작품의 숫자나 분량이지요.-_-

 이 할배 만화의 리스트업은, 다행히 한국어로 된 것이 있더군요. 아마도 데츠카 오사무 월드 측의 자료를 베이스로(아니 그 사이트 자체일지도-_-) 한 듯 한데...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건 단행본을 기준한게 아닌, 작품 자체를 기준한 물건입니다.
http://threenine.mireene.com/bbs/TezukaWorld/Tezuka_top_45.htm

그리고 단행본 리스트는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단 전집 목록에 가까워 보이는 것을 일단 일본쪽에서 찾아보니 과거 400권짜리(...) 전집으로 나온 리스트가 있더군요. 듣기로는 여기에 완전히 다 수록된게 아니라, 일부 에피소드 단위 편집(블랙잭 같은)이나 작품 목록에서 빠져나간 예가 없잖아 있는 듯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http://www.bonz.co.jp/ComicsShop/shouhin/tedukazen.htm

 국내의 경우 할배 말년에 고려원이 냈던 "붓다"가 거의 최초고, 해적판이나 모작판으로는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었죠. 드래곤볼 붐 이후의 해적판 러쉬때는 아키다서점판 잡지 내면서 몇개씩 끼어 나온 듯 하던데, 단행본은 극소수만 나왔었죠. 그리고, 학산이 전집 출판 비슷하게 시도를 하다가 먹튀를 쳤는지, 수지타산이 안맞아 포기를 했는지 그런 일이 있었죠. 학산의 단행본 리스트로는 서점 검색을 해 보면 되겠고... 이 외에 솔출판사(야마오카 소하치의 "덕천가강"을 낸)라는 곳에서 나의 손오공만을 따로 단행본화 낸 적이 있었지요. 결국 전집이 제대로 번역이 나오진 못한 셈입니다.

 뭐, 이런 단행본의 난립은 일본도 좀 있는데, 판권 계약이 있는 곳에서 문고판으로 일부 작품을 낸 바 있기도 하고, 또 사망 후에 전집판으로 한번 몰아서 낸 적도 있고 해서 조금 복잡하긴 합니다. 전집단위로 지를라면 실탄이 엄청나게 필요하니, 쉽게 덤비긴 어렵죠.


 내용적으로는.... 뭐 더 말할 필요가 없지 싶긴 한데... 일단 일본만화에서 다루어질만한 장르는 모조리 다 이 할배가 손대봤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예 대놓고 에X물까지는 없지 싶긴 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짙게 깔려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요(아야코 같은). 그래도 국내에 나온 작품은 성년 지향적인 거라고 해도 묘사가 담백한 것들 위주로만 골라 내놓은 편이긴 한데, 좀 강하게 가는 경우라도 요즘에 비하면 좀 담백하지요. 고전적이라고 하는게 어울릴려나요. 에X 외에도 소재적으로는 시대극부터, 변신물, SF, 서부, 전쟁, 미스테리 등등 주제까지 올라가지는 않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요. 이런 소재적 다양성은 근래의 작가들로서는 결코 하지도 않고, 하지 못할 부분이기도 하죠.

 예전에 번역이 나온 평론 책에서는 다카라즈카 극의 영향을 언급하지만, 이것 외에도 고전 헐리우드 영화들, 예를 들면 벤허 같은 것에도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꽤 듭니다. 국내에 나왔던 불새 소녀편 같은건 그 극치라 할 만하죠. 나의 손오공 같은 경우도 중국제 애니메이션 서유기의 영향이 상당히 보이죠. 어릴적에 워낙 이 이미지가 혼성이 되어버려서(이후에도 데할배의 손오공은 혼성모방이 많이 되었으니), 기억이 마구 혼란되어 있지만 수채풍의 화질을 가졌던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면서 좀 차이가 있었죠. 단행본 말미에도 그 영향을 언급하고 있고요.

 다카라즈카적 성향이나 이런것은 글쎄 극 자체를 본 적이 없으니 뭐라 하긴 그렇지만, 연출적인 면에서 그런 성향이 있다는 이야기는 맞는 듯 합니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극화처럼 좀 깊고 질감이 있는 배경을 쓰는데, 초기에는 세트장 같은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죠. 또, 사건이나 인물도 밀도가 상당히 높아서, 초기작품에 적응하기 힘든 면도 있지요. 이후 극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상당히 바뀌는 듯 싶더군요.

 이 극화의 영향은 예전에 본 평론에서도 다루고 가지만... 분명히 변화의 풍조가 할배 만화에 없지는 않아 보이긴 하는데, 이 부분은 할배가 좀 유행을 따라갔다고 하더군요. 사실감 자체 보다도 뭐랄까, 무대극 같던 것을 야외 세트로 옮긴듯한 연출이라고 해야 할런지. 이 시점부터 인물의 캐릭터성이 엄청나게 강조되기 시작하는 감이 있는 듯 하더군요... 이후로는 계속 극화화의 경향이 증가하는 듯 하지만, 정통파 극화와는 좀 연출감각이나 느낌이 다르죠. "코즈레노 오오카미" 같은 만화를 봤다면 좀 확실히 말할 수 있겠지만, 저야 그 세대가 아니니... 다만, 클로즈 업이나 컷의 흐름 같은 것이 미묘하게 다른 면이 크달까요. 그래서 대가라 할 수 있달까요.


 제가 구해서 본걸 한번 결산내 보겠다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어째 총론이 너무 길어진 듯 싶군요. 역시 작품 단위로 이야기를 했어야 할까요?-_-

 일단 제가 소장한게... 한국어판으로는 정글대제, 키리히토 찬가, 불새, 블랙잭, 붓다, 아야코, 나의 손오공, 아톰 일부 정도로 단촐한 수준이군요. 저거 한참 나올땐 경제적 여유가 충분치 않고 또 데할배 팬이라긴 애매하던 시절이어서 땅을 칠 일을 벌인 셈이지요.-_- 특히나 아톰은 적응을 못했던지라.... 이후 좀 찾아보게 되면서 북X프 경유로 메트로폴리스, 도로로, 네오파우스트, 양지녘의 나무 일부 정도를 구했습니다.

 대개 보면 보통 3~4권 분량 정도로 끝나는 중편 구성이 많고, 장편이라 할 것은 좀 한정되긴 합니다만... 주요 장편은 뭐 당연히 필견이고, 중편으로 가도 꽤 걸작이 많이 존재하지요. 개인적으로는 키리히토 찬가나 도로로 같은 것이 상당히 취향에 맞더군요.

 여담이지만 말년 작품으로 구하다 보니, "네오 파우스트"를 구했는데... 이거하고 "루드비히· B", 그리고 건강가족 시리즈라는게 마지막이더군요. 루드비히·B쪽은 1987년 6월부터 1989년 2월까지, 그리고 "네오파우스트"의 2부가 1988년 12월 연재로 되어 있더군요. 단행본을 보면 2부는 전반 일부만 완성되어 있고, 뒤쪽은 콘티 상태로 단행본에 들어가 있더군요... 내용 면에서는 뭐랄까, 데 할배 작품들 중에서도 꽤 하드한 축에 들지 않을까 싶은데(아야코 보다도 좀...), 말년이라는 것을 같이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더군요...

 국내에서는 다시 나오기에는 저작권 문제나 일본측의 대응 관계 때문에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좀 기회가 된다면, 하는 생각이 든달까요. 한국의 만화 출판 쪽에 좀 화가나는 면도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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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5 12:09

월관의 살인과 철도취미.

 근래 나온 사사키 노리코씨 신간이고, 상권만 떨렁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의외로 미스터리 극이죠. 스토리 작가가 겁나게 유명한 미스테리 소설 작가라고 합니다...

라지만, 사실 이것 보다 눈길을 끄는건 역시....... 철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거겠죠-_-. 다이어 광, 수집광(토리테츠 같지만-_-), 사진광, 철도여행광, 철도모형광 등 기본 장르(?)가 다 갖추어져 있더군요. 빠진 장르도 여럿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다 갖춘 셈이더군요....

하는 짓도 정말 오타쿠의 전형이죠-_-. 사실, 어느정도 까지야 뭐 특이하네 정도로 받아들일 수준이지만, 여기서는 꽤 공격적이랄까 그런 경향도 보이고, 은근히 민폐스러운 광경도 나오죠. 뭐, 우리나라에는 철오타 이상으로 찌질한 철싸대와 이르뽜들이 있으니 이정도 쯤이야... 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거 때문에 철오타들이 경멸받죠-_-.

대표적인게, 수집광으로 나오는 양반의 좀도둑질인데, 이게 철도바닥에서는 상당히 심한 모양이더군요. 그래도 공식적으로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가져가거나, 사소한 기념품 정도로 확보하는 경우나, 아니면 공식적인 행사 판매품이면 다행이지만, 의외로 절도품들이 많이 나도는 모양이더군요. 보존차량의 부품 떼어가는 놈도 있다고 하니... 문제가 나름 심각하다면 심각하죠.

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 삼각대 놓기도 종종 문제인데, 자리가 없으니 무려 선로에 까지 내려간다거나, 지들끼리 싸우거나, 방해되는 일반인들이랑 시비가 붙거나 하는 일도 자주 있는 모양이더군요. 또, 삼각대로 자리를 찍어놓으니, 남의 삼각대를 가져다 버려버리고 자기걸 두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고 말이죠-_-. 이외에 야간 열차 찍겠답시고 야간 배회하는 애들도 많이 나오니. 나름대로 문제는 문제긴 한 모양이더군요. 우리도 철싸대의 신공은 거의 저 정도 급이라고 하지만.-_-

일본에서도 철도 취미 바닥은 아키바계랑 비교할 정도가 아니죠. 1947년에 얘들 대상 잡지가 나올 정도니까요. 아키하바라도 원래는 철도쪽 OB들 클럽으로 쓰이던 교통회관이나, 교통박물관 같은게 있던 동네고, 그래서 철도 취미쪽에서는 나름대로 성지 대접을 받던 곳이죠. 이후 여기에 아니메나 게임, 전자 같은게 들어오면서 철도취미 쪽은 한켠으로 밀려나지만 말이죠.

상권에서는 의외로 이쪽 코드가 많은데, 우선 데고이치(D51)이 대표적이죠. C62형, C57형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증기기관차에 들만 한 녀석이고, 그만큼 대량생산된 차량이죠. 여기서는 어원을 D51을 일본식으로 읽은 거라고 하지만, 일설에는 "데코이치" 라고 읽는게 맞다고도 합니다. 凸형의 상부 디자인 덕에 붙은 별명이라나 그래서죠. 양산 규모도 일본 최대에 근접하던가 그런 물건이라 더 유명한 편인데, 여기서는 이 넘아가 등장하더군요.

초반 사고의 "SL야마구치"는 80년대부터 다니던 유명한 열차죠. 76년의 증기기관 전폐 이후에 나왔던가 그냥 계속 유지된거던가 그런데, 이후에 한동안 거의 유일무이한 국철 증기기관이라서 꽤 유명세를 떨쳤던 걸로 압니다. 구형객차라고 하는 걸 보니 스하후32형 같은게 달렸던 모양인듯.

또, 오리엔탈 특급도 여기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80년대 말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죠. 여기에 삘받아서 JR동일본이 유메쿠칸 같은 객차를 만들기도 했고, 나름대로 유명세를 떨쳤죠. 이 오리엔탈 특급은 원래 20세기 초에 다니던 것과 운행계통이 달라지긴 했다지만(차량은 일단 비슷한 걸 맞췄다고 해도), 80년대 초쯤에 부활시켜서 개인 업자가 영업을 하고 있죠. 특히, 여기에서 나오는 풀먼 차 라는 건, 브리티쉬 풀먼을 말할 건데 오리엔탈 특급의 상징적인 차량에 가깝죠. 원래 풀먼사는 미국 회사인데, 이 회사가 영국에 진출해서 만든 호화 모델을 오리엔탈 특급에서 썼죠. 호화객차에 3축 보기 대차를 쓰는 걸로 유명했고, 이걸 카피한 열차가 일제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좀 쓰였지요-_-.

이하 약간 네타 주의. 상권 말미에서 까발라지는 거고, 하권에서 이야기가 제대로 나올 듯 싶지만.
뭐...좀 네타성이지만....  월관 본선은 사실, 실재하는 노선은 아니죠. 북해도 풍의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말이죠. 진짜 철오타라면 알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츠키타테 본선이니 치셋푸니 하는 북해도삘 나는 이름에 속아넘어가죠.-_- 등장하는 철오타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보건대, 다들 알고 탔다고 봐도 되겠더군요. 치셋푸에서의 한데잠 이야기 나오는 것도 대충 그런 이유고.

하권은 11월 말에나 나온다고 하는데... 기다려 집니다. 왠지 낚인 기분이지만 말이죠-_-.

PostScript:전 저렇게 안삽니다.-_- 전 취미분야가 저런거랑 많이 다르니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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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6 11:57

모후(MOFU).

 부제가 꽤나 거창한 만화고, 근래 조금 화제감이 되는 물건인 듯 하더군요. 일본 관계에서는 가장 코어한 곳인 재무성(과거의 대장성)을 소재로 잡은 만화죠. 과거 대장성이나 이런게 나오는 만화들은 그 조직 자체 보다는, 권력으로서의 모습만을 다룬데 비해서, 여기서는 그 조직의 구성 자체, 디테일에 포커스를 맞춘 좀 드문 만화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그 재무성 공뭔이라는 것은 참으로 새로운 케이스죠.

이런 스타일의 직업만화라고 할까, 그런 만화 자체는 일본에서 꽤 오랜 전통이 있는 편이죠. 상당히 유명한 작가분인 이시노모리 쇼타로씨나, 데츠카 오사무 할배도(이 분은 아무래도 의사 전문...) 이런 만화를 그린 바 있고, 또 80년대 극화 중에서도 이런 접근의 단초들이 많이 나온바 있죠. 예전같으면 소설이나, 르포 같은 언론의 심층기사가 다루는 영역인데, 만화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독특한 편입니다. 이쪽으로는 사사키 노리코씨의 만화나, 거의 남성환타지 수준까지 가지마는 제한적으로 히로가네 켄시, 모토미야 히로시 같은 양반들을 우선 이야기할 수 있겠고,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기획들이 나오죠. 소재로서 출발한 게 어느정도 주제의식에 근접한 면이 나온달까요.

이 모후 쪽은, 대개 관변에 떠도는 언론인이나 활동가, 또는 전현직 직원들을 통해서 나온 디테일을 여러모로 잘 캐치하고 있습니다. 모 님이 예전에 가스미가세키 간다고 하니 밀어줬던 자료같은걸 보면, 그 디테일의 일치도는 참.... 그쪽 워킹 그룹이 연구를 꽤나 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지하 편의점이나 목욕탕이라던가(이건 종종 패러디되는 꼭지), 사무실 묘사나 분위기, 커리어/논커리어 문제(이건 저 자료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진 책에서 본 거지만), 낙하산(아마쿠다리(天下り)를 이렇게 번역하죠. 조금 뉘앙스 차이가 있지만), 족 의원(그러니까 세습 자체보다 좀 더 복잡한 메커니즘인데, 관료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의원쯤) 등등 많은 이슈들을 꽤나 잘 꿰고 있는 편입니다. 이런 이슈들이 어제오늘 것도 아니고, 한 20년 정도 계속 다루어져 온 탓에 아주 새로운 건 아니지만, 만화에서 다루는 관점은 그런대로 깔끔하게, 특히 권력 도착성을 벗어나 다루는 건 꽤 평가할 만 합니다.

다만, 만화는 만화...라고 할만한 부분도 많기는 합니다. 물론, 캐릭터성의 과장이라던가, 사건의 단면화 같은 거야 연재만화 내지는 상업만화라면 어쩔 수 없고, 이야기를 풀고 흥미를 끌어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건 양해할 부분이죠. 우리가 보는 건 심층취재나 논문이 아니고, 일종의 "흥미"거리로서 보려는 거니 재미없는 전개는 용서되기 어렵지요.... 그러나, 그런 점들을 벗어나서도, 좀 이야기 전개가 음모론적인 면이 크지 않은가 싶긴 합니다. 특히나, 광우병 문제에 대해 다루는 부분에서 그런 면이 있는데, 1, 2권 즈음에서도 좀 그런 기미가 있긴 했지마는, 좀 지나치게 관료나 정치인을 Deus-ex-machina 같은 존재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일본적인 환경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마는, 사실 그 흑막이라는 존재가 그정도로 전지전능하지도, 저 아래까지 힘을 쓸 만큼도 아니기도 하고... 예산 투쟁에 대해서도 좀 오버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즉, 다만 대장성같은 관청계통을 권력기관이라는 흑막에서 벗겨낸 대신, 정치나 고위관료라는 새로운 흑막을 그려낸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그쪽 바닥의 분위기나 돌아가는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억지로 이야기를 만드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서도(실제로 그동네서 주인공 같은 넘아가 있으면 1년을 못버티지요-_-), 이정도로 메커니즘을 잘 다루는 만화는 히로가네 켄시의 "정치9단" 1~2권(그 뒤는 개쓰레기 수준-_-)을 제외하면 드무니 말이죠.

좀 사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PostScirpt: 뭐랄까.... 우리나 일본이나 사회가 너무나 복잡해져서, 한두마리의 정치인이나 관료가지고는 어떻게 해 보기 어려워 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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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30 17:21

식객, 장인에 대한 이야기.

 이 카테고리로는 거의 처음 적는 글이 되겠군요. 요즘들어서 글이 자꾸 뻣뻣해지고 버벅대는 느낌, 그러니까 머릿 속이 오븐에 구워져 버린 듯한 느낌이라서 무언가 글을 적기가 참 고역인데, 그래도 계속 있다가는 자기숙성을 일으킬 것만 같아서 좀 연습삼아서 써 볼까 합니다.

사실, "식객"이라는 만화는 2년 전 정도인가 동아일보에서 온라인 연재를 할 때 잠깐 보다 접었던 만화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때 접었던 건 역시 허영만 화백의 "라이벌" 구도에서는 아무래도 좀 과한 오버랄까. 그런게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 연재 시작할 때에도 "맛의 달인(오이심보)"를 상당히 의식했던 멘트를 했었음에도 점점 그 구도를 답습하는, 즉 무언가 극복의 정이 없었달까요. 그런 이유로 좀 시들해졌었죠.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동아일보 연재가 끊겼던가 그럴겁니다.

이런 음식 만화...라는 것 자체의 출발에 있어서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는 상당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는 아주 지엽적인 소재 수준이었던 것이, 본격적인 주제가 된 아마도(70년대 일본 만화 중에도 있기는 하겠지만 견문이 짧다 보니) 여기서 부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1983년에 연재가 개시되고, 지금까지 95권까지 나온 바 있는 롱런 만화 중 하나죠. 그 구도 면에서는 거의 하나의 공식에 가까운 수준인데, 이른바 미식 지향, 사실은 그게 아니라 라는 식의 계도적 논조, 맛 대결과 같은 전형적이고 직설적인 대립 구조, "철저한 악역" 의 설정 등이죠. 중간에 주요인물인 카이바라 유우잔(우리나라에서는 우미하라 유우잔)이 악역에서 성질 더러운 멘터 비슷하게 입장이 바뀌긴 하지만 다른 악역을 대신 끼워넣어 밸런스를 맞추었달까요.

이후의 성공적인 일본 요리 만화랄까, 인기를 끄는 만화들은 이런 코드들을 많이 살려두는 편입니다. 비틀기는 하지만 말이죠. "쇼타의 초밥"이나 "중화일번"같은 경우도 그런 구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이용한달까, 그런 편이고, 아마도 이 코드에서 완전히 이탈한 만화라면 "쿠킹 파파" 정도를 빼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라고 해도 그리 오버는 아닐 정도죠.

식객 역시도 처음에는 이런 대결 구도와 미식 지향적인 면을 피하겠다.... 라는 목표를 두었지만 동아일보 연재 시기에는 좀 실패한 편이라고 봐도 되겠죠. 특히나 신문사 여기자에 숙수라는 라이벌 까지 나오게 되면서 이것이 과연? 이라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었죠. 맛의 달인의 한국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고, 그나마 조차도 어딘가 좀 빈 듯한 그런 만화가 되었달까요.

근래에 일도 일이고 해서 이쪽, 즉 구루메에 관련된 부분을 좀 건드리게 되었고 그러다 최근의 연재분을 보게 되었는데, 일단 이전에 내린 평가는 좀 바꿀만 하게 되었더군요. 원래도 꽤 취재를 열심히 한 편이라 할 수 있었지만(특히 국내 작가들 중에서), 좀 더 드라마나 내용 면에서 안정화되었달까요. 드라마가 이런 구루메에 매몰된 경향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가져다 두고 읽는데 부담이 되는 건 줄어들었다고 할 만 합니다. 물론, 축산 쪽에 일을 했던 지인은 이번의 "두당" 편이 좀 오버가 심하다는 평을 하고 있긴 하지만, 만화인 만큼 어느정도의 파고는 있어야 사람이 볼 수 있을테니 말이죠.

사실 음식만화에 있어서 미식과 대립 구도를 빼 놓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조리계라고 해야 하나.... 그 쪽에 계신 분들은 근래 몇 분 정도 업무상 뵌 적이 있는데, 다들 자부심이 강하고 재료와 맛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는 그런 성격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십여년 동안 그 일을 해 오신 분들이라면 그런 정도의 장인 기질이 결여될 래야 될 수가 없기는 하지만 말이죠.

지금의 식객에서는 미식 대립 구도가 종종 나오고 있고, 좀 오바하는 것들도 분명히 있긴 하지만, 이젠 어느 만화의 안티다 아니다를 논하는 차원은 좀 벗어나서 안정화 되어 있는 느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립 구도에 매몰되지도 않고, 좀 더 드라마 적으로도 그런대로 풍부해졌달까요. 물론 엄청나게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느낌에는 이르진 못했지만,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할 만한 아우라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나, 묘사의 내용이나 취재 노트(이건 곁다리지만)에 이르면 이 만화도 하나의 장인의 크래프트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이 정도의 디테일은 결국 사람의 품삯으로 결정되는, 그야말로 "집약적"인 것인데, 몇 분 정도 스태프가 계시긴 하지만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게 보인달까요. 일본처럼 매뉴얼 소리를 들을 만큼 엄청난 스태프가 투입되는 여건이 아님에도 이정도까지 한다는 건 쉽지 않죠.

좀 두서가 없이 썼는데.... 하여간, 근래의 연재본은 확실히 볼만한 만화가 되었습니다. 허 화백님의 오바끼랄까.... 그런게 이전 연재분에는 좀 강했고 그래서 전 안맞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좀 파장이 맞게 변했더군요. 아직 책으로는 사진 못하고 있는데(예산배정이... 에산배정이...........), 여력이 좀 풀리면 구매를 고려중입니다.

PostScript1: 사적으로 저랑 아는 사람들이라면 구루메 업계 구라(?)를 좀 더 들을 수 있을지도.
PostScript2: 아 그리고.... 구루메라는 용어는 일본식 용어인데, 검색 회피 겸 좀 의미전달이랄까 그런 면에서 편의상 썼습니다.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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