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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31 영광의 깃발(Glory, 1989) (4)
남북전쟁 영화는 사실 미국에서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테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TV용으로나 쓰이는, 그리 메이저한 영화라긴 어려운 영화들입니다. 원래 밀리터리와 전쟁사 취미의 4대 장르(나폴레옹 전쟁, 남북전쟁, 1차대전, 2차대전)에 속할 만큼, 저변이 넓은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미군의 영향을 받은 국군 내부에서의 전사 연구를 빼면 거의 취미가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푸른 기와집에 계신 아저씨의 링컨 연구 쪽이(이거, 정치색이 좀 있는 걸 빼면 볼만합니다.) 더 저변이 넓은 판이죠-_-.
미국쪽의 남북전쟁 영화가 어느정도인지는 저도 사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흥행성을 가진 대작이랄까... 그런 걸로는 이 영화가 최초가 아닌가 싶더군요. "게티스버그(Gettysburg, 1993)"에서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물량과 영상의 전초전쯤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남북전쟁이라고 하면, 포병 사격, 군청색과 회색의 횡대 대치, 그리고 일제사격과 착검돌격으로 정리될 수 있죠. 오늘날의 산병접전의 관점에서는 이해되기 어려운 전투방식이지만, 일종의 집단결투 같은 이미지 덕에 현대전과 냉병기 전투(중세나 고대 전투의)와는 다른 미묘한 느낌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좀 오래된 작품인지라, 연출 면에서는 좀 썰렁한게 많기는 합니다. 포격 묘사도 근래 영화들의 드라이한 묘사에 비하면 좀 많이 과장한 느낌이고(이건 게티스버그도 그렇긴 하지만), 보병 접전의 묘사에서도 80년대 이전의 영화들 처럼 마구 쏘는데 치중하는 느낌이 있달까요. 그래도, 전투라고 하면 일단 화공과 매복이 나와야만 이야기가 되는, 캐허접 모 국 드라마들에 비하면 상당히 전투양상을 세밀하게 분석, 묘사한 티가 납니다. 포트 와그너의 묘사도 그당시의 그림이나 사진에 나오는 것(모래나 흙을 쌓아올린 보방식 요새랄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전투 양상의 묘사도, 얼기설기 한 듯 싶지만 상당히 잘 짜맞추고 있고요(패주-기병추격-저항선 구축의 모습이나, 횡대 대치-일제사격-자유사격-착검돌격의 모습 같은).
영화 시나리오적으로는, 꽤 오소독스 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노예제 멉니까 이게, 남군 나빠요~!" 수준의 내러티브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인종적인 편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나오는 남군은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는 말 그대로의 엑스트라 내지는 배경일 뿐이고, 거의 모든 갈등의 영역은 북군 내부에서만 나타납니다. 주제 자체가 최초의 흑인 부대인 메사추세츠 54연대인 만큼, 인종적 편견에 대한 갈등과 대립이 그 주된 이야기거리가 되는 것이죠.
영화는 일단 PC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이 이상적으로 보는 국가나 공동체관이 투영된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도 공동체 구성원이므로,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면 공동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출발이라 할 수 있죠. 특히, 뷰포트 진군, 노예병의 약탈, 사역 중의 다툼 등에서 이러한 주제가 직설적으로 묘사되고 있죠. 사실, 이런 직설적인 감각 덕에 영화가 좀 오바스럽다는 느낌이 있긴 하고, 이게 이 영화를 지금 보는데 가장 거추장스러운 부분이 됩니다. 그래도 전투장면이나 훈련 장면같은게 꽤 볼만하고, 이야기 자체가 쉣스럽지는 않아서 못볼 정도는 아니지만요.
남북전쟁 영화 중 유명한 건 테드 터너가 만든 TV용 영화들이 많습니다. "게티스버그"도 그렇고, "헌리 호의 최후(The Hunrey, 1999)"도 그렇고요. 테드 터너 이 양반의 취향이 남부 지향적이어서, 노예제도 자체 보다는 주로 저항권이나 자치권 같은데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편이죠. 그런 점에서 두 영화의 배경에 깔린 생각을 읽고 비교해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어 집니다. 남군과 북군의 사고방식 만큼이나 벌어져 있으니 말이죠.^^
PostScript1: 역사에서 메사추세츠 54연대는 꽤 의미심장한 부대인 셈인데, 완편 흑인 부대로는 최초의 부대고, 최초의 유색인 부사관(NCO)가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마지막에도 나오지만, 포트 와그너 공략에 투입되어서 전멸(40%의 병사가 사망 내지 행불)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고 하죠. 이게 기화가 되어 흑인 부대가 대거 편성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2차대전을 거치면서 인종별로 편제를 분리하는게 문제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게 그리 이상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죠(사실, 54연대는 흑인이 주류지만 백인도 편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도, 당시에는 주 단위로 징병, 편제하는 게 원칙이기도 했고 말이죠.
PostScript2: 이 영화 트레일러에서는 배경음악으로 "O Fortuna"가 깔리더군요.-_- 역시 쌍팔년도 영화에 쌍팔년도 감각이랄까요. 저 곡, 사실 되게 멋진 곡인데 영화에 쓰면 이젠 완전히 진부 그 자체죠-_-. 역시 15년 정도 벌어지면 그 센스의 차이가 어마어마해진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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