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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5 13:52

공무원 시험 과열 문제에 대해서.


 오늘 뉴스를 보다 보니, 이런 기사가 있더군요. 뭐, 실제적으로 채용이 늘기 시작하면서 공무원의 인기가 줄어드는 걸 묘사하는 것 자체는 그리 나쁜 건 아닙니다만(저의야 매우 고약하지만)... 일본의 공무원 제도 실태에 대해서는 좀 무지한 것이 아닌가 싶군요.

 제가 정기적까지는 아니지만, 취미 삼아(?) 보는 자료 중에 "자격시험전서"라는 일본의 자격 및 시험 안내지가 있습니다. 자유국민사라는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수집 인쇄하는 일종의 안내서 비슷한 책인데, 연간 단위로 출간이 됩니다. 일본의 자격시험은 대개 1년에 1회 내지 2회가 많다 보니, 연감으로도 꽤 충실한 자료를 담을 수 있는 듯 싶더군요.

 이 책에 보면, 공무원 시험에 대해서도 개략을 잘 소개해 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공무원 제도는 우리나라랑 상당히 유사한데, 우선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일단 구분이 되고, 직위별로 세분화하여 모집하는 건 비슷합니다. 여기에 국회 같은 행정부 외부 또는 독립위원회 직렬들이 존재하고요. 모집의 급제도 우리랑 비슷한데, 5, 7, 9급이 아니라, I종, II종, III종으로 구분해 모집하죠. 그래서 종종 우리랑 비교를 잘 합니다.

 이 책에서는 각 시험의 실제 경쟁률 자료 등을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는데, 제가 가진 책자의 데이터는 2001년, 2004, 2005 자료가 등재되어 있습니다. 2001년은 그야말로 데이터집 수준으로 잘 분석되어 있는데, 2004, 2005 자료는 개별적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 불편이 있더군요. 좀 수고스럽지만 자료를 좀 끄집어 내서 정리했습니다. 클릭해서 보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공무원 시험의 배율자료


 위 도표에서, a 는 자료 미등재이고, b의 경우 2004, 2005년은 육자대만, 2001년은 전체를 다룬 숫자입니다. 등재된 직위들은 메이저한 규모를 가진 것들만 골라낸 것이고, 지자체는 그냥 랜덤으로 찍었습니다. 사법시험의 경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어, 법과 이수자 대상으로만 시험치는 신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아직 구식의 무제한 시험이 운영중에 있어, 구제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신제도는 50% 약간 아래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는군요.

 일단 이 자료만 보면 위의 기사가 어느정도는 사실 요건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좋습니다. 특히, 경쟁률의 경우 꽤나 극적인 변화가 눈에 띄죠. 그러나, 몇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선, 일본의 인구정체와 노령화 현상의 추이를 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70년대생들의 입직경쟁의 여파가 상당히 남아있고, 노령인구 증가가 어느정도 현실화 단계에 있는 정도지만, 저쪽은 벌써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금 더 뒤의 세대들도 다들 취업경쟁의 시대를 지나갔죠.

 또한, 일본의 채용관습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사에 짧게 언급되어 있지만, 저건 사실 호도를 위한 언급 수준입니다. 가장 규모가 큰 국가직 시험의 경우, 일본의 경우 학력 제한이 엄격하게 존재합니다. 즉, I종 시험은 대졸자격이 필수, II종 시험은 대졸 또는 단기대(전문대) 졸업자격이 걸려있어서, 사실상 경쟁을 제약하고 있고, 또한, 연령제한이 있어서, I종은 21~33세, II종은 21~29세, III종은 17세~21세로(오타 아님) 사실상 경쟁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혀두고 있죠. 다른 직종들도 대개 27~29세 이내로 제약이 강합니다.

 이 채용관습의 문제는 우리나라와 특히 비교되는데, 우리나라는 과거 저런 시스템에 가까웠지만, IMF이후 진행된 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20세부터 80세까지(....) 무한경쟁을 해야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죠. 일본의 채용관습은 예전에 보던 논문에서 본, 1부시장(대기업, 공무원 등), 2부시장(자격을 통한 전문직 시장), 그리고 3부시장(자영업, 중소기업, 단기근로자) 구조로, 1부에서 3부로의 이전만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런 구조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노동시장간의 이동가능성을 상당히 엄격하게 문화적으로 억누르죠. 물론, 미국처럼 화끈하게 "You're FIRED!" 를 못하는 거야 우리나 걔들이나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정년까지의 생존률 단위수가 다른걸 생각하면 동질적이라고 감히 말할 사람이 없죠.

 공무원에서도 특히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행시나 7급은 말 그대로 재취업 시장으로도 개방되어 있는데다, 행시는 연령제한도 없죠-_-. 결과적으로, 경쟁제한요소로 작용할 기제들이 대폭 제거되어 있는데다, 민간기업에서의 이전분까지 겹치는 만큼(이건 공무원 시험 탓하기 전에 민간기업이 책임질 일), 그만큼 배율이 높고, 거기에 누적까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여기에 또 할거주의적 성향도 일본의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출생한 한국인은 고졸가능성 99%, 2년제 이상 대졸가능성은 현재 60%에 근접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죠. 대학이 팽창하는 경향은 조금 있는 듯 싶긴 하지만, 여전히 3단 구조(대학, 단대, 고졸)가 고착화되어있죠. 물론, 점차 학원 시장이 팽창하는 등, 3단구조가 흔들리는 경향은 거기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구분구조가 안정화되어 있어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내리거나 하는 건 생각보다 적기도 하죠.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철도전문대도 4년제 전환을 위해 폐지, 병합을 걷겠다고 하지만, 일본은 아직 철도고등학교가 성업중이죠.

 또, 지역할거적인 면도 만만찮은데... 지방직 모집의 규모가 상당히 빈약한 면이 있습니다만(저기 나온건 다 대졸 행정직 기준입니다), 대신 지방의 숫자가 많죠. 일단 도도부현이 47개에, 개별적으로 공무원 모집단위가 될 수 있는 정령지정도시도 14개(도쿄23구 포함, 도쿄도와 구별)나 되죠. 8도 6광역시인 한국에 비해서, 모집 단위는 작아도 전체적인 규모는 만만하지 않죠.

 이처럼 사정이 다른 것을, 일본에 빗대서 까는 건 말 그대로 소와 말을 비교하는 격이라 할 수 있겠고, 그 저의를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한국의 9급 과열은 좀 병적인 면이 확실히 있기는 합니다만, 최소한의 직업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아는 경영자가 많은 한, 그 병을 고칠 방도는 없다 하겠습니다. 일본의 기술자는 부러워 하면서, 기술자의 존립기반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자들이 정책결정자나 경영자로 득세하는 한에는 매우 폭압적인 방법 외에는 해소가 불가능하죠. 그리고, 결국 맞이하는 건 인터내셔널의 깃발일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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