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5 23:20

지정문답 : 철도

 일전에 서기장 각하께서 하달하신 증기기관차 지정문답 건 이후에 또 박군님이 철도라는 지정문답을 보내버렸더군요.... 안하면 삐지신다니(...) 할 수 밖에요.


★최근 생각하는 『철도』
70년대의 한정적인 투자, 80년대의 "고사정책"기, 90년대의 매몰비용 투자기를 거쳐서 이제는 2002년에 누가 이야기했듯이 "르네상스"기라 할만한 시점에 온 듯 합니다. 비록 예산 확보의 미비, 정치꾼들에 의한 아전인철질, 그리고 지역주민의 개념없는 땡깡 셋이 합쳐저 상당한 난맥상이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철도 연장이나 관련 기술에 대한 환기가 어느정도 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봅니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전망이고, 또 도로투자와 활용도 슬슬 한계가 보이는 만큼, 관련 기술의 개발과 투자, 그리고 여기에 대한 사회적 협력주의가 자리잡아 준다면 더할나위가 없겠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철도가 무엇인지, 그것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땅값 따위가 아닌 생활에의 이익이 무엇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또한 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규합하고, 정치력화해서 부정적인 이해투사의 대항마로 육성할 필요가 있겠다 하겠습니다. 좀 지나친 거대담론화긴 하지마는.

★이 『철도』에는 감동
차량 중에서는 KTX나 다른 녀석보다도, 8200호대 전기기관차를 꼽고 싶군요.

바로 이 녀석이죠. 좀 지났지만, 일전에 출장 관계로 전기기관차 견인 호남선 무궁화호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객차는 비록 구형 객차에, 좀 구질했지만서도 전기기관차가 가진 장점을 체험하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더군요.

일단, 상당히 쾌적하더군요. 자리가 좀 뒤쪽이라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디젤기관차라면 특유의 엔진 소리나 터널에서의 매연 유입이 있는데(주로 선두차) 이 녀석은 그런게 없더군요. 또, 가감속 성능도 상당히 좋아서, 그날 기외정차(역이 아닌, 신호기 앞에서 서버리는거)를 세번인가 치더군요-_-. 당장에, 고가감속 다이어로 갈아치워도 특대와 달리 적응에 문제가 없겠더군요. 기관차형 열차로서는 아마 이 이상은 거의 쉽지 않을만한 느낌이랄까요.


역이나 지역, 노선으로는 역시 흥전-나한정 스위치백 구간을 꼽고 싶군요. 나한정 역에 앉아 산을 감돌아 내려오는 열차 소리는 정말로 철도괴인의 피를 끓게 만들지요. 일부러 찾아들어가기가 너무나 어려운게 아쉽지만 말이죠.

★직감적 『철도』
이 문항은 도데체 뭘 말하는건지 모르겠더군요. 직감이라. 철도에 있어서 직감이나 직관은 글쎄... 대개는 경험치에 의존하는 시스템이죠. 물론, 번쩍이는 영감에 의해서 무언가가 획기적으로 바뀔 여지가 없다고는 못하지만, 모든 것이 경험치에 의존하는 바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인지, 연구 영역에서도 미국식 연구들 처럼 숫자같은데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미덕이 남아 있더군요. 뭐, 계량화 하는게 좋기는 하지만, 계량화에 대한 중용의 미덕이 남아있다면 남아있달까요.

★좋아하는 『철도』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경원선 용산-성북구간, 개 중에서도 용산에서 왕십리 까지의 구간을 좋아합니다. 이 구간이야 말로 서울의 모습을 제대로 담고 있는 구간이라 할 수 있지요. 요즘은 승강장이나 역 시설 개량도 많이 되었고, 또 강변북로 덕에 별로 시야도 좋지 못하지만, 이 구간을 타고 다니면 구질하고 낡은 풍경, 개발의 때가 타지 않은 풍경, 한강 너머의 고급 주거 풍경 등을 두루 볼 수 있었죠. 서울을 가로지르는 다른 노선이 모조리 지하로 다니지만, 여기만큼은 지상이어서 특히 좋다고 할 수 있죠.

차량으로서는 앞서 이야기한 8200호대 전기기관차. 동어반복하긴 그렇지만, 한국철도의 새로운 역마(workhorse)가 될테니 기대가 큰 녀석이죠.

★이런 『철도』는 싫다
결국 특정한 계층에만 봉사하는 철도. 개인적으로는 분당선을 가장 대표적인 구간이라고 봅니다. 뭐, 당장에 일산선도 좀 문제가 심각하지만, 분당선만큼 부동산꾼들과 정치꾼들의 농간에 녹아나버린 노선도 없다고 봅니다. 표정속도는 고속도로나 다른 병행 고속화도로에 관광당하고, 민원에 휘둘려서 쓸데없는 투자만 디립다 한 노선이죠. 단거리 교통이라도 제대로 기여하냐면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거리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간선 교통에 기여하냐 하면 그것도 아닌 전형적인 아전인철형 노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신도시 개발 이전에 이것이 어떤 노선과 루트를 취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당시 계획으로 잡고 있던 의왕(현 오봉)-도농간의 화물우회선 계획을 병합하면서 착수되었더라면 수도권 남부는 더 좋은 입지와 편의를 가질 수 있었을거고, 장거리 여행객들의 편의도 얻을 수 있었겠죠.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식의 독점적인 이해투사 덕에 모두가 바보가 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그러고보니, 저때가 딱 물태우르바와 땡삼거사의 치세군요. -_- 전대가리우스 셋을 합쳐 대한민국의 암흑기라 할만한 시대지요.

★세계에 『철도』가 없었다면
증기기관차 이야기와 겹치지만, 결국 근대국가의 성립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지독히 늦어졌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결국 국가의 무력이나 행정력이 효과적으로 투사되기 위해서는 철도가 없어서는 안되었죠. 해운이나 내륙수운이 부분적으로는 보완할 수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속, 장거리, 내륙 교통이 없는 한에는 수운은 전근대적인 시대를 넘어선 무언가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아울러, 철도 시스템은 자본주의 경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죠. 영국이 가장 대표적인데, 스탁턴&달링턴 철도 이후로, 간선 철도망의 구축을 위한 자본, 인력동원 시스템이 생겨나게 되면서, 지금의 대형 사업을 해낼 수 있는 관료제나 기업체계가 구축될 수 있게 되었죠. 물론 해상보험이나 해운업의 위력도 만만치 않지만, 아주 현대적인 시스템의 태동은 역시 철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투기나 공황, 과잉투자, 경색된 관료시스템, 자본/조직화에 의한 인간본위의 붕괴 등등 부작용도 막대하지마는, 대신 그만큼 개개인 모두의 이익이 이처럼 효율적으로 증대된 적도 없죠. 없었다면? 어쩌면 중세와 같이 소경제, 인적 착취 중심의 자본주의가 생겨났을지도 모르겠군요.

뭐 이게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에는 제가 공력도 딸리고 해서 함부로 말하는게 어폐는 있습니다만, 적어도 중하위 계층 까지는 그 수혜를 볼 수 있는 체제고, 다시 과거의 체제로 회귀하는 건 불가능하니 없다는 것을 가정하긴 쉽지가 않지요.


★바톤을 받는 5명 (지정과 함께)
이전에도 말했지만, 당 사업소는 지령은 모조리 씹습니다.-_- 필요하면 알아서 주제 정해서 하시고, 트랙백을 쎄우시기 바랍니다. 냐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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