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영성이자 당의 중심, 인민의 위대한 령도자 에리히노프 서기장 동무 각하의 하명을 받아 당 사업소에서는  비록 품성이 미천하고 필력이 졸렬하여 그 명에 따르지 못함이 저어하나 중계문답문에 응신하기를 결정하였삼.(....)

주제는 당 사업소에서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품목인 증기기관차.

최근 생각하는 『증기기관차』

증기기관차... 라고 하면 빈말로라도 실용적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무겁고, 조작이 까다로우며, 물자 소요나 보급도 많고, 또 부차적인 공해도 심합니다. 현대적인 철도 인프라에 적용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죠. 성능이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생산적인 흐름이 강조되는, 적자 상황의 철도사업자들에게는 별 도움도 안되고, 손만 가는 그런 존재가 증기기관차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증기기관차는 여전히 철도의 아이콘으로서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증기기관이 일반 현업에서 완전히 은퇴한지 30년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철도건널목을 알리는 도로표지는 증기기관차로 되어 있으니 말이죠. 따라서, 증기기관차는 어떤 문화성을 중시하는 사업의 좋은 소재로서 잠재력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업의 저항, 기획력의 부족은 증기기관차라는 소재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죠. 실제 주행이 가능한 본선용 기관차들 중 에너지 수급 문제를 대비해서 80년대까지 동태보존된 차량들이 있었는데, 대개 그냥 썩어버렸거나, 단순히 외형만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이리저리 흩어졌죠. 그래서 중국산 기관차를 수입했는데, 그나마도 성능이나 보수 문제로 그냥 차고에서 썩고 있고요. 문화 코드라고 또 모조 증기기관차를 만들어서 몇군데 돌리고는 있는데, 퀄리티 쪽은 뭐.............

결국, 과제는 퀄리티, 그것도 단순히 성능같은 기계적 요소가 아닌, 얼마나 미적, 역사적, 문화적 퀄리티를 맞추느냐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걸 위해서는 결국 콘텐츠를 얼마나 발굴하고 축적하느냐의 문제죠.


이 『증기기관차』에는 감동

개인적으로는 이요테츠의 "봇쨩열차"를 꼽고 싶지만, 이녀석은 무늬만 증기기관차(사실은 디젤기관차)인지라 넣을 수 없을듯 하군요. 진짜 증기기관차로서 가장 감동적인 녀석이라면 역시....

4-8-8-4 빅보이죠.

(출처 : Union Pacific.)

500톤 중량에, 40m가 넘는 길이, 8개의 동륜에 6000마력이 넘는 출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경 200미터도 안되는 곡선을 돌 수 있는 괴물이죠. 6천톤에 달하는 화물을 달고 산악구간을 단독으로 넘는 걸 목표로 한, 그야말로 미국적인 녀석입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엄청나게 고급인 건 아니지만, 증기기관이 가지는 로망을 그대로 가졌죠.

사진으로 보면 좀 복잡하게 생긴 좀 긴 기관차라 느끼기 좋은데, 실제 본선용 증기기관차를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저게 얼만한지 체감이 대번에 오실겁니다.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면 아래 사진을 참조 하세요. 촬영된 부분은 저기 운전석 아래쪽 쯤입니다.

(출처 : Union Pacific)

당신이 생각하는 『증기기관차』 의 정의란?

증기기관은 당연히, 증기에 의해 움직여야 합니다. 따라서, 스털링 기관에 의한 녀석은 증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증기기관이 아니죠. 실용화된 기관차도 없긴 하지만 말이죠. 반대로, 석유를 때더라도 물을 끓여 그걸로 움직인다면 증기기관이죠. 증기 왕복 피스톤을 쓰지 않더라도, 터빈을 돌리는 타입도 증기기관차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긴 합니다. 아주 잠깐 존재하다 없어진 타입이지만 말이죠.


좋아하는 『증기기관차』

감동 먹었던 물건이 곧 좋아하는 녀석이죠. 그래도 한 녀석을 더 꼽자면....

현재 철박에 보존되어 있는 증기기관차 중 하나인 미카형 증기기관차 쪽을 꼽고 싶군요. 파시형(Pacific형, 4-6-2)과 이 미카형(Mikado형, 2-8-2)이 거기 있는데, 비록 출신 자체가 일본협궤에 널리 쓰이는 휠 배치를 따라 결정되었고, 그래서 국제적인 명칭도 일본어에서 온 미카도이긴 하지만(한때 매카서형이라고도 불리웠다지만) 그래도 국내 차량으로서는 가장 대표성이 있고 인지도가 높지 않나 싶더군요.

아래 사진은 외국인이 촬영한 자유의 다리 옆의 미카형 증기기관차입니다. 철박 쪽 사진을 망실한지라 이걸로 땜빵합니다.

(출처 : Garden State Central Model Railroad Club, 1998년 촬영)

이런 『증기기관차』는 싫다!

좀 논외지만... 국내에서 "재현용"이랍시고 엉망으로 만드는 증기기관차 모조품들입니다.

모조품을 만드려면 좀 진지하게 만들면 좋은데, 아무래도 외형만 취재해서는 얼럴뚱땅 만드는게 문제라 할 수 있죠. 이게 또 관례처럼 굳어져 버린 감도 있어서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아주 엑셀런트한 케이스지만, 이요(伊予) 철도의 봇짱 열차같은 사례를 좀 벤치마킹 해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이미테이션이라면 이정도의 재현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래 사진은 이요철도의 도고온센(道後溫泉)역 인근에서 촬영한 듯 한 봇짱 열차로 실제 한번씩 주행하는 재현품이죠. 물론, 증기기관으로는 성능이나 안전 문제가 있어서 디젤 구동의 모조품이지만 훌륭한 재현도를 자랑하죠.

(출처 : MIKI Express, 개인 홈페이지)

이 세상에 『증기기관차』가 없었다면

19세기의 철도 붐도 없고, 또 거기에 따른 국제정세나 국가 시스템도 대폭 달라졌겠죠. 증기기관 자체가 있는 이상에는 시기의 문제일 뿐 필연에 아깝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일단 빼버린다면, 내연기관이나 축력에 의존했을테고, 그만큼 철도가 가졌던 임팩트는 매우 미미했을겁니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의 경우에, 이런 철도는 무력이나 행정력을 팽창시키는 매우 강력한 도구였을텐데, 만약 이러한 시스템의 한 요소가 결여되었다면... 유럽이나 미국, 러시아는 더 잘게 나누어졌겠고, 또 그만큼 지금과 같이 강력하고 방대한 행정부를 가진 국가나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이러한, 행정력이나 국가 통합의 도구로서 철도는, 과거에 비해 위상은 많이 약해졌지만 의미를 가지고 있죠. 고속도로나 자동차, 항공기가 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을 철도가 하고 있으니까요. 증기기관차는 그런 위상을 처음으로 현실화 시킨 도구인 셈이고, 그 뒤를 디젤기관차나 전기기관차, 그리고 다른 발전된 교통수단들이 이어받은 셈이죠.


이어갈 사람

당 사업소에서는 전달된 중계지령을 씹어먹기로 악명이 높지요. 아하하.-_-

필요하신 분 께서는 알아서 주제를 정하셔서 중계받아가십쇼~ 저와 쇼당을 치겠다는 것도 좋기는 합니다만, 상담전화료는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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